잠잠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스토브리그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15명 중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는 불과 4명. '최대어'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 계약으로 '대박'을 쳤고 최 정(6년 106억원), 이재원(4년 69억원·이상 SK 와이번즈), 모창민(3년 20억원·NC)도 FA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11명의 선수들은 소속팀과 접촉만 이어가고 있을 뿐,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아직 9일의 시간이 존재하나, 대부분 올 연말 내 결론이 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에이전트제가 본격 시행되는 올 시즌 스토브리그는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선수들이 대리인을 앞세워 구단과 협상하면서 소위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구단들이 경기 침체와 거품 줄이기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고, 수 년 전부터 물밑에서 에이전트제가 시행됐지만 결국 '빈익빈 부익부'로 흘렀던 시장 흐름에 따라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은 흐름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보면 후자 쪽 분위기다.
FA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논리에 따른다. 하지만 FA 대부분이 KBO리그 타팀이나 해외 리그로 눈길을 돌리기가 쉽지않다. 미국, 일본은 고사하고 대만 리그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진출은 뜸한 실정. 사실상 '전세계'를 무대로 두고 협상이 불리할 때마다 '이적' 카드로 판을 흔드는 축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서 계약한 4명의 FA 중 팀을 옮겨 계약한 것은 '최대어' 양의지가 유일하다. 남은 11명의 선수 대부분이 원소속팀 잔류에 무게가 실리는 점은 이들이 에이전트를 앞세운다고 해도 협상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재원, 양의지가 그나마 눈에 띄는 금액을 얻으며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으나, 포수라는 특수 포지션의 영향이 컸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구단들은 아쉬울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FA 선수들의 에이전트들과 수 차례 자리를 마련해 재계약이라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계약 기간을 놓고는 물러섬이 없는 눈치다. 이미 타 팀과의 눈치싸움을 통해 계산을 마친 상황에서 급하게 협상을 진행해 판을 키우지 않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올해 드러난 에이전트제의 효과는 전무하다는게 대부분의 시각. 하지만 변화의 조짐도 일어나는 모습이다. 미국, 일본에만 한정됐던 해외 진출 창구가 멕시코, 호주 등으로 조금씩 옮겨지는 모습이다. 지금처럼 구단들이 주도권을 잡는 스토브리그의 흐름은 판이 커질 수록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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