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드라마틱한 입지 변화를 누린 선수가 바로 남태희(알두하일)였다.
'중동 메시'라 불릴 정도로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것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부침이 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초반 중용됐던 남태희는 부상과 부진이 반복되며 대표팀에서 서서히 자리를 잃었다. 신태용 체제 하에서는 아예 기회를 받지 못했다.
남태희는 벤투 감독 부임 후 새롭게 황태자로 떠올랐다. 기술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의 신임 속 주전 자리를 꿰찼다. 매경기 선발 출전했다. 9월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 추가골에 이어 11월 우즈베키스탄전 골까지, 좋은 활약을 이어가며 기대에 화답했다. 하지만 골맛을 봤던 우즈벡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후반 4분 상대 진영에서 수비수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발을 잘못 디뎠다. MRI 검사결과 오른쪽무릎 전방십대인대 파열 판정을 받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직전 이동국의 부상과 동일하다. 수술대에 오르며 아시안컵 출전이 좌절됐다.
남태희는 벤투식 전술의 핵심이었다.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팬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전술적으로는 아주 유용한 옵션이었다. 4-2-3-1과 4-3-3을 혼용하는 벤투식 축구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기존의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다. 기존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공격을 조립하고, 능동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시됐다. 패스와 창의성이 우선시됐다. 하지만 벤투 체제하에서 이 역할은 3선, 수비형 미드필더가 맡는다. 기술과 패싱력이 좋은 황인범(대전)이 중용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수비 이후 빠르게 볼을 운반하는 역할이 강조됐다. 수비시 수비형 미드필더보다도 아래에 위치할때가 많은 만큼 공격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였다. 패스나 슈팅에 다소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볼을 운반하는데 가장 중요한 드리블 능력과 스피드를 갖춘 남태희가 바로 이 롤에 제격이었다.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던 남태희의 부상으로 벤투 감독의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벤투 감독은 "남태희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고, 스타일에도 적응했다. 빠져서 아쉽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12월 울산 전지훈련에서 한승규(울산) 김준형(수원) 등과 같은 신예들은 물론, 공격수 나상호(광주)를 이 자리에서 테스트하기도 했다. 황인범도 후보군으로 분류됐지만, 부상으로 실험하지 못했다.
일단 아직 주전 자리는 확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벤투 감독은 "1월1일 열리는 사우디와 평가전뿐 아니라 남은 기간 동안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은 포메이션에 구애 받지 않고 보여줄 수 있으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찾지 못한다면 포메이션 변경을 통해 남태희 공백을 메울수도 있다. 다른 포지션이 주전을 어느 정도 확정지은 지금, '남태희 대안'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마지막 숙제가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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