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우승 주역 로저 버나디나(34)가 떠났다. KIA는 기동력이 떨어졌다.
최근 2년간 KIA에서 가장 도루를 많이 한 선수는 버나디나였다. 두 시즌 연속 32개. 특히 올 시즌에는 박해민(삼성·3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베이스를 훔쳤다. 올해 팀 도루(88개·6위)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버나디나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많이 출루했기 때문에 도루 시도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버나디나는 2017년보다 홈런 갯수와 장타율이 줄어든 반면 출루율(0.395)은 오히려 더 올라갔다. 도루실패 1위(13개)는 '옥에 티'였다.
하지만 KIA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버나디나와 재계약하지 않고 거포형 외국인 타자 제레미 헤이즐베이커(31)를 영입했다. KIA에 '준족'이 사라진 셈. 올해 클린업 트리오로 좋은 타격감을 보인 안치홍과 최형우도 '준족' 스타일이 아니라 기동력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심각한 건 토종 타자들이 버나디나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시간이 2년이나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도루 8개에 그쳤던 이명기(12개)와 백업 최원준(10개)이 그나마 국내 선수들 중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을 뿐이다.
물론 불방망이로 안타와 홈런을 뽑아내 득점을 생산해내는 것이 승리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세밀함이 필요하다. 특히 상대 투수의 심리를 흔들 수 있는 건 역시 도루가 제격이다. 발 빠른 선수가 주자로 나가면 투수는 신경이 곤두서 제구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버나디나의 공백을 메워야 할 자원은 역시 우익수 이명기다. 올해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후반기에는 그나마 페이스를 찾았지만 전반기에는 기복이 너무 심했다. 왼발목 부상으로 전반기 내내 고생했다. 또 후반기 막바지 팀이 5위를 수성하는 중요한 순간에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까지 도지면서 결국 시즌 아웃됐다. 이명기의 우익수 빈 자리를 '영건' 박준태가 나름 열심히 채웠지만 무게감의 차이는 컸다.
'공포의 9번' 김선빈도 타격 뿐만 아니라 도루까지 신경 써야 할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김선빈은 동료인 안치홍과 함께 FA가 된다. 김선빈은 9번 타자 말고도 테이블 세터로도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빠른 발이 살아나면 KIA는 더할 나위 없는 타순을 구성할 수 있다.
최원준은 백업이라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출전기회를 잡아 출루했다 하면 도루 시도가 가능한 자원이다.
여기에 클린업 트리오 중에선 그나마 2019년 주장 완장을 차면서 10개 구단 중 최장수 캡틴이 된 김주찬이 그나마 KIA의 떨어진 기동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준족'이다. 2010년 롯데 시절에는 도루를 무려 65개나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을 빗겨나갈 수 없는 법. 내년이면 서른 여덟이 된다. 스피드 저하는 4년 전부터 보여졌다.
스피드가 가미되지 않은 야구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KIA는 이 운명을 어떻게 극복할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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