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비밀병기, 중앙 수비수 김민재는 자기가 한 말은 꼭 지키는 남자였다. 더 많은 골을 넣겠다던 말, 그리고 중국을 무실점으로 막겠다는 약속. 모두 100% 실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벤투호가 마침내 중국을 격파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당초 '난적'으로 예상됐던 중국은 막상 맞붙어보니 싱거운 상대였다. 지난 16일 밤(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은 전반 14분 황의조의 페널티킥에 이어 후반 6분 김민재의 세트피스 헤딩 골이 터지며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경기를 완벽하게 메이킹 한 손흥민이라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은 이날 한국의 2골에 모두 기여했다. 전반전에는 중국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며 돌파하다가 페널티킥을 직접 얻어냈고, 후반에는 코너킥을 정확히 김민재를 향해 올렸다.
그 다음으로 골을 넣은 황의조와 김민재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김민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가장 확연하게 존재 가치를 끌어올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날도 변함없이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중국전을 대비해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김민재는 김영권과 함께 중앙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좌우 풀백은 김진수와 김문환이 맡아 굳건한 방파제를 세웠다. 기본적으로 김민재는 대인 방어능력이 뛰어난 수비수다. 성급한 실수는 여간해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컵에 들어서는 여기에 '세트피스 결정력'이라는 스킬이 새로 추가된 모습이다. 지난 12일 키르키스스탄과의 예선 2차전 때였다. 한국은 전반 내내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몇 차례 골 찬스를 아쉽게 놓치며 전반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후방에서 조용히 최전방으로 이동한 김민재는 홍 철이 코너킥을 차는 순간 수비수 뒤쪽에서 앞으로 쇄도해 벼락같이 헤딩을 시도했다. 정확히 머리에 맞아 방향이 꺾인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었다.
이 골은 김민재의 A매치 데뷔 골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경기 후 "나는 원래 골을 넣는 수비수는 아니다"라며 그간 공격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김민재가 아예 공격옵션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그는 꾸준히 세트피스 연습을 해왔다. 수비수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역시 세트피스에서 헤딩 등으로 해결하는 것 뿐이다. 김민재는 그 방향에서 자신의 진화 포인트를 발견했다.
키르키스스탄전에서 이긴 뒤 김민재는 두 가지 약속을 했다. A매치 데뷔 골을 맛본 뒤 "세트피스로 팀에 기여해 기쁘다. A매치 데뷔골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골을 넣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중국전은 무실점으로 막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두 약속 모두 지켰다. 김민재는 후반 6분 손흥민의 코너킥을 골로 연결하며 2경기 연속 골맛을 봤고, 수비로서도 중국의 예봉을 철저히 무력화 시키며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김민재 혼자만의 힘은 아니지만, 중앙 수비수로서 동료들과 안정적인 포백 라인을 유지한 점을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다재다능한 수비수로서 김민재의 진화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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