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파울루 벤투 감독은 진중하다.
인터뷰를 하면 항상 담백하다. 늘 절제된 말을 던진다. 감성 보다는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민감한 질문에도 흔들림이 없다. 결과가 나오면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게 바로 벤투라는 남자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말 속에는 그 만의 생각이 담겨 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 대회 중 한 벤투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그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상대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벤투 감독은 상대에 대응하기 보다는, 우리의 축구를 유지하고, 갈고 닦는데 더 초점을 맞춘다. 부임 후 단 한번도 달라지지 않은 기조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지배하는 축구, 컨트롤 하는 축구다.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 롱볼을 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자신의 축구를 고수했다. 세계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축구가 완성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의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 늘 코칭스태프와 함께 회의하고, 토론한다. 문제점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눈다. 벤투 사단은 훈련 시간을 제회하고는 선수단 숙소에 마련된 코칭스태프 회의룸에 항상 머무른다. 워커홀릭 수준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벤투 사단의 열정에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축구는 인생의 일부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24시간 축구 얘기를 할 정도로 축구에 미쳐있는 벤투 감독이지만, 가족 앞에서 축구는 두번째 문제다. 이청용(보흠)이 가족 결혼식으로 대회 중간 잠시 귀국을 요청했을때도 누구보다 흔쾌히 허락했다. 그는 "앞으로도 선수들의 개인사를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월 소집 중 지원스태프 중 한명의 가족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 지원스태프는 이전 대표팀 분위기를 생각해 기대도 않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벤투 감독은 곧장 "왜 말을 하지 않았냐. 그런 일이 있는데 왜 여기 있냐. 어서 빨리 가봐라"고 지원스태프를 보내준 일화가 있다.
벤투 감독은 겉으로 차가워 보이지만, 꽤 인간적인 사람이다. 무뚝뚝한 인상과 달리 스태프들과 장난도 잘 치는 스타일이다. 과묵해 보이지만, 의외로 말도 많다는게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나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벤투 감독은 주변 상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그것이 축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든,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든 상관없다. 중국전에 앞서 우레이가 출전하지 않는다고 했을때도, 바레인전을 앞두고 언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쏟아졌을때도 벤투 감독은 "이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모두가 혹사를 우려했던 손흥민(토트넘)의 중국전 선발 투입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정해지면 주변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그대로 밀어붙인다.
그래서 바레인전 기자회견에서 "부임 후 10경기 동안 패배가 없음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패배가 왔을때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켜볼 것이다"고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주변의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였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선수단을 보호하고,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한 수로 풀이된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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