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FA(자유계약선수)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평행선을 이뤄서는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 양보해야 가능하다.
KBO리그 10개 구단 단장들은 지난 15일 서울 모처에서 실행위원회를 갖고, 중점 사안들을 논의했다. 이날 최대 이슈는 전면 드래프트였다. 신인 드래프트 방식을 가지고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펼쳐졌고, 결국 이날 결론이 나지 않았다. FA 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은 채 단장들은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3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날 실행위원회가 끝난 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행위원회에서 FA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같은 반응은 선수협이 지난 12월초 선수측의 양보안을 KBO에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구단 측의 특별한 응답과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들은 "현재 시점에서 추가 논의할 이유가 없다. 선수협이 내민 양보안이 전혀 진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 마디로 선수협이 내민 최저연봉인상(단계적 인상), FA취득기간 단축(7년), 재취득기간 폐지, 보상제도 완화(실질적인 등급제 또는 퀄리파잉오퍼제), 부상자명단제도(복수사용), 연봉감액제도 폐지 등의 내용이 구단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당초 지난해 9월 KBO 이사회가 FA 상한선 80억원과 FA 등급제, 취득 기한 1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시했을 때, 선수협은 난색을 표했다. 동시에 FA 등급제 세부 내용 조정, 연봉 감액 제도 폐지, 보상 제도 완화를 비롯해 최저 연봉 인상, 부상자 명단과 경조사 발생시 등록일수 인정 등 복지 개선을 요구했다.
그이후 FA 제도 개선에 진전은 없지만, 실행위원회는 경조사 휴가 제도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새 규정으로 신설했다. 일찌감치 존재했었어야 하는 제도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어쨌든 구단들은 선수협의 제시안에 조금 더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선수협도 인정했듯이, 예전에는 KBO 이사회가 안건을 상정하고, 내용을 결정하면 끝이었다. 선수들은 사실상 통보만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선수들을 협상 주체로 인식하며 여지를 남겨뒀다.
FA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FA 시장의 선수별 온도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등급제 도입과 보상 방법 변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누구보다 선수들이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협의 요구 사항을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협상'을 해야 한다. 서로 입장 차이가 큰 상황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게끔 조율할 여지를 남겨놔야 대화가 된다. 이번에 선수협이 내민 양보안은 논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또 리더가 없는 선수협은 선수들의 뜻을 모아 전달하는데도 분명히 어려움이 있다. 이호준 전 회장의 사퇴 이후 사실상 의사 소통과 대화는 김선웅 사무총장이 도맡고 있다. 아무리 김 총장이 선수들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직접 선수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와 전달자를 통해 나오는 이야기는 공감대 형성에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선수협이 다른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선수 이동과 리그 전력 평준화라는 이상적인 목적지를 향한 수단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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