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22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바레인의 2019년 UAE아시안컵 16강전.
경기가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43분 '들소' 황희찬(함부르크)의 발끝이 번뜩였다. 손흥민(토트넘)이 이 용(전북)에게 전달한 공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튕겨 나왔다. 그러나 황희찬이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모두가 환호했던 바로 그 순간, 태극전사들은 부상으로 이탈한 기성용(뉴캐슬)을 잊지 않았다. 황희찬은 두 손바닥을 활짝 펴 '10'을 만들었다. 옆에 있던 황인범(대전)은 '6'을 만들었다. 대표팀 16번, 기성용을 향한 세리머니였다.
한국의 '정신적 지주' 기성용은 생애 세 번째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햄스트링을 부상했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재활은 더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고민 끝에 기성용을 소속팀으로 돌려보냈다. 재활에 몰두하라는 배려였다. 기성용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기성용은 여전히 태극전사와 함께 뛰었다. 후배들은 가장 행복한 순간, 선배를 떠올리며 따뜻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황희찬과 황인범 둘은 손가락으로 16을 만들어 기성용을 기억했다.
다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32분 상대에 동점골을 내줬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이를 악물었다. 함께하지 못하는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뛰었다. 결실은 달콤했다. 연장전반 17분 이 용의 크로스를 받은 김진수(전북)가 깜짝 헤딩으로 결승골을 완성했다. 태극전사들은 기성용의 유니폼을 들고 카메라로 향했다. 기성용을 위해서라도 승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약속을 지켰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집중해 2대1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16번 기성용과 함께 뛴 16강전. 이제는 우승을 향해 다시 한 번 달린다. 기성용도 함께.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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