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안전한 카드?
김시진 위원장을 비롯한 KBO(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회는 서울 양재동 야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야구 대표팀 신임 감독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그동안 뚜렷한 윤곽 없이 소문만 무성하던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가 드디어 정해진 것이다. 기술 위원들의 협의 하에 유력 후보들이 우선 순위대로 확정됐고, 이제 선택의 공은 정운찬 총재에게로 넘겨졌다. 정 총재가 후보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면담을 통해 최종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시진 위원장은 후보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힌트'는 있었다. "최근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후보들이 있는데, 위원들의 생각이 이런 여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정도의 대답이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과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야구계에서 몸담아 왔으며 충분한 현장 경험이 있고, 대표팀을 지휘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끌었고, 조범현도 역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우승 당시 지휘봉을 잡았었다.
사실 이번에 기술위원회가 부활하면서, 젊고 새로운 대표팀 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일단 기술 위원 면면이 그렇다. KBO 홍보위원인 이승엽을 비롯해 박재홍 최원호 이종열 등 현재 야구 중계 해설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야구계 젊은 인사들이 대거 합류했다. 기존 기술위원회가 야구 원로나 중견급 인사로 구성됐던 것에 비해 여러모로 젊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대표팀 감독 후보는 가장 안전한 범위 내에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조범현 감독이라면 현재 KBO에서 내밀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카드 중 하나다. 지난해 홍역을 치른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대표팀 전임 감독이었던 선동열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과정에서, KBO는 누구보다 곤혹을 치렀다. 특히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섰던 정운찬 총재는 팬들의 비난을 가장 많이 맞았다.
KBO와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아직 좋지 않은데다 당장 올해말 열릴 '프리미어12'를 비롯해 중요한 국제 대회들이 줄줄이 열린다. 무조건 현재의 분위기를 수습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경력이 있는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택할 수밖에 없다. 기술 위원들의 의견이 미리 예상됐던 후보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관건은 과연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 제안을 받은 후보가 수락을 하느냐다. 성과와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크고, 선동열 감독의 자진 사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에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 만약 최종 후보들이 제안을 고사한다면, KBO는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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