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년체전 폐지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불과 하룻만에 4000여 명의 체육인들과 가족들이 서명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년체전 폐지 반대' 청원에서 한 청원인은 '지금도 소년체전을 향해 달리고 있을 선수들의 꿈을 짓밟는 어이없는 정책'이라면서 '코치, 감독등이 학생선수들을 폭행하는 것에 대한 정책이 소년체전 폐지가 아닌 학생선수를 폭행한 코치 또는 감독을 처벌하는 제도가 옳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이 소년체전 폐지 정책에 반대합니다'라고 올렸다. 27일 오후 3시 현재 4004명의 체육인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 2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성폭력-폭력, 각종 비리로 얼룩진 체육계를 혁신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2019년 제1차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도 장관은 "스포츠의 가치를 국위선양에 두지 않겠다"면서 엘리트체육의 혁신을 선언했다. 합숙 폐지, 소년체전 폐지, 병역특례, 연금제도 개선, 생활체육인에게 선수촌 전면 개방 등이 언급됐다.
학생선수들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소년체전의 급작스러운 폐지 정책에 대해 엘리트 체육인들은 '설마 했던 소문이 현실이 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도 장관은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도 보다 교육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와 통합하여 학생선수, 일반학생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함양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학생체육축제 형식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소년체전 및 학교운동부 개선과 병행하여 대학입학 체육특기자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교육계와 체육계가 함께 세밀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올림피언을 꿈꾸는 체육영재들의 소년체전을 '축제'로 만들겠다는 정책에 체육인들과 학생선수,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영수 중심,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교체육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정부가 추진하는 학교스포츠클럽 정책도 아직까지 일부 학교, 일부 학생들만의 전유물인 상황에서 소년체전을 '축제'로 만드는 정책에 대해 현장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도하는 현장의 지도자는 "학생선수를 폭행, 성폭행한 지도자에 대한 당연히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웃 선수들이 고통받는 줄을 몰랐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점에서 모든 지도자, 체육인들이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빌미로 엘리트 체육인들을 모두 죄악시하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물한 과거를 부정하고, 엘리트체육의 근간이 돼온 모든 것을 싸잡아 비난하고 폐지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잘하고 있는 부분은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미 엘리트 체육인들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고도, 초강수를 뒀다. 도 장관은 "대한민국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꿀 마지막 기회"라는 말로 절박감을 설명했다. 도 장관은 "단순히 운동부를 축소하거나 엘리트체육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이 아니다. 폐쇄적, 폭력적인 구조를 바꾸고 운동선수는 공부하고, 일반학생은 운동하는 교육환경, 정정당당한 스포츠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영비, 경산비, 행정보조비에 대한 제한은 선수에 대한 것은 아니다. 선수를 보호하면서 문제점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금메달을 포기하는거냐, 국위선양은 접는 거냐, 스포츠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수를 포기하는 거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한 생각"이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