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도 '플랜 A'의 힘으로 버틴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올 시즌 "비상 상황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꺼낸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대한항공은 체력적으로 지쳤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이 비시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건 확실한 에이스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 박 감독은 '플랜 B'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해결사는 정해져 있었다.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던 대한항공은 4라운드 3승3패로 주춤했다. 6경기 중 5번이나 풀 세트(3승2패) 경기를 펼쳤다. 쉬운 상대는 없었다. 박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까지 버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업 선수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3연패에 빠진 채 맞이한 29일 OK저축은행전. 이날 경기 전에도 박 감독은 "과감한 팀 운영이 필요하다. 웜업존의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지금은 비상 상황으로 팀을 운영해야 한다. 선수들이 해낼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감독으로선 플랜 A와 B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가스파리니는 이날도 부진했다. 박 감독은 2세트 중반 가스파리니를 빼고 김학민을 투입했지만, 교체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스파리니가 3세트부터 코트로 돌아와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경기 전에 예고했던 대로 웜업존 선수를 활용했다. 가스파리니가 잘 안 돼서 ?馨 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학민도 제 역할을 못해서 가스파리니를 다시 넣었다. 그러면서 공격성공률이 올라갔다. 감독으로선 다행이라고 본다"고 했다. 가스파리니는 3연패 탈출의 주역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의 반등은 주전의 힘에 달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대한항공이 정상급 국내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승점 3점 경기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언제 3점을 땄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4~5라운드를 힘겹게 왔다"면서도 "운 좋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정지석 곽승석 등은 가스파리니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센터 김규민도 반등하고 있다. 그는 최근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날았다. 센터진이 살아나면서 세터 한선수도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위기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은 남아 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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