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엄복동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작·이하 엄복동)이 27일 개봉한다.
배우 이범수가 처음으로 제작까지 맡으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엄복동'은 정지훈(비), 이범수와 강소라 그리고 이시언 고창석 김희원 이경영 이한위 이원종 등 연기라면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 총 출동한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은 물론 예상 가능한 수준이다. 큰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내용도 없다. 자연스럽게 시골 물장수 엄복동이 어떻게 조선 자전차왕이 됐나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만듦새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이 떨어진다고 보기도 힘들다. 위인 영화 특유의 장치들은 흐트러짐 없이 포함하고 있고 여기에 독립운동가들의 활동까지 보여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최근 트렌드에도 맞추고 있다.
볼거리도 꽤 있다. 1910년대 한창 공사중인 조선총독부 건물과 옛서울역사 건물의 모습이 이채롭다. 특히 광화문 앞에서 자전차 경주 연습을 하는 모습이나 자전차경기장의 모습 등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듯 꽤 디테일에 눈길이 간다.
가수와 배우를 오가는 원조 만능엔터테이너로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던 정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연기가 꽤 괜찮음을 확인시켰다. 시골 물장수의 순박함과 서울로 올라와 자전차선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정지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순수미'가 제대로 발현됐다. 또 정지훈 특유의 피지컬은 이 영화가 운동선수 이야기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자주 상기시킨다.
제작까지 겸했지만 이범수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어보인다. 일미상회 대표를 맡고 있는 황재호를 다른 배우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게 해준다.
강소라는 자신이 액션연기에도 강점이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고뇌하는 독립운동가 김형신 역을 연기한 강소라는 총격신 등에서 꽤 프로페셔널다운 자세를 보였다. 본인은 "일반인으로서의 서투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한국 영화에서 이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액션이 가능한 여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고창석이 맡은 애국단 단장 캐릭터는 유머가 빠져 조금 아쉽다. 고창석이 보여주는 유머는 관객들에게 늘 휴식을 선사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고창석은 너무 진지함을 택해 관객들의 기대를 조금 아쉽게 만들었다.
이시언과 김희원은 예상가능하지만 깔끔한 연기를 보여주고 의외로 민효린이 톡톡 튀는 연기로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스토리상 '신파'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지만 자칫 과도하게 흐를 수 있는 분위기는 과감하게 잘라(?)내려는 노력도 보인다.
'국뽕'논란은 엄복동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나왔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이나 '국제시장'처럼 '국뽕'논란에 휘말렸던 작품들과 '엄복동'은 궤를 달리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나 70년대 상황은 논란이 일 수 있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는 그렇지 않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독립운동가들과 민족 자긍심을 고취시킨 인물을 주목하는 것은 '국뽕'이라는 잣대만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물론 좀 더 세련된 방법이면 좋겠지만 그 의도조차 희석시키는 것은 지적을 위한 지적일 뿐이다.
'엄복동'은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소재이기도 하다. 때문에 '극한직업' 천하에 의외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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