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박지수)
"해봤어야 알지." (강아정)
한 시즌의 우승을 알리는 축포가 터지는 순간, 성별과 종목을 막론하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선수들의 눈물이다. 흔히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지금까지 참고 견뎌온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가며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 경험이 자주 반복된다면야 나중에 담담해질 수는 있겠지만, 만약 오랫동안 우승을 염원하던 팀이 그런 극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면 '웃으면서 우는' 장면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오히려 어리둥절해 하다가 눈물의 포인트를 지나치는 일이 벌어진다. 무려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가 바로 그랬다.
KB스타즈는 3일 홈구장인 청주체육관에서 KEB하나은행을 71대65로 물리치며 우승 매직넘버를 지우고 자력으로 2018~2019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따냈다. 2006년 여름리그 이후 무려 13년 만에 맛보는 우승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감격의 눈물 대신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무명의 지도자'에서 부임 3년 만에 우승을 이끈 '명장'으로 거듭난 안덕수 감독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선수들이 그랬다.
오죽하면 걸핏하면 눈물을 보여 '울보'라는 별명을 지닌 박지수조차도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우승 세리머니 후 인터뷰실에서 만난 박지수에게 이유를 묻자 "너무 얼떨떨해서 그런 것 같아요. 챔프전에서도 우승하면 울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박지수조차 뭔가 미적지근한 동료들의 반응이 불만스러웠나보다. 주장 강아정, 팀의 정신적 지주인 염윤아와 함께 인터뷰실에 입장한 박지수는 "아니 정말 너무들 하더라고요. 저는 뭔가 우승이 확정되면 다들 코트로 달려나와 얼싸안고 기뻐할 줄 알았는데, 다들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걸어나오더라고요"라며 애교섞인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강아정이 곧바로 "아니 우승을 해봤어야 알지. 나도 처음이라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라고 응수했다. 이어 강아정은 "아마도 이게 끝이 아니고 챔프전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다들 덤덤한 척 하는 것 같아요. 또 시즌 내내 감독님이 항상 '다음 경기 준비하자'고 강조한 분위기에 맞춰진 것도 같고요"라며 KB스타즈 선수들의 '무덤덤함'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강아정은 "사실 경기 막판 살짝 눈물이 났어요. 끝날 때 쯤 경기장에 가득 찬 팬들이 다 일어서서 함성을 내지르는데, 뭔가 소름이 돋으며 울컥하더라고요. 오늘 경기장에 나오면서부터 설레고 떨린 기분이 있었는데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어요. 제가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이라 지인들로부터 '울지 말라'는 연락도 엄청 받았고요. 챔프전 때 우승하고 나서 마음껏 울어 볼래요"라고 밝혔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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