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다."
2018∼2019시즌 프로농구가 마지막 6강 경쟁으로 달아오르면서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달라진 풍경은 종료 직전 '매너 타임'이다.
보통 농구 경기에서는 종료 몇십 초를 남겨두고 승부가 사실상 결정됐을 경우 남은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 남은 시간이 공격제한시간(24초) 이하일 경우 선수들이 별 의미없이 공을 치다가 시간을 그냥 보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4쿼터 종료 직전이 아니더라도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었을 때는 앞서고 있는 팀에서 외국인 선수나 주전 멤버를 빼고 식스맨을 기용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프로농구에서 이같은 장면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로 받아들여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즌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특히 올시즌 6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달라졌다.
현재 1위 현대모비스와 2위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됐고, 나머지 티켓 4장을 두고 8위 KGC까지 총 6개팀이 경합 중이다. 3위 LG와 KGC의 승차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쟁팀들은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KBL의 순위 산정 방식 때문이다.
정규리그 각 54경기가 끝났을 때 승률이 같을 경우 해당 팀 간 상대 전적을 먼저 따진다. 상대 전적이 같다면 성적 동률 팀 간 골득실 우위→성적 동률 팀 간 다득점 우위→모든 경기의 골득실 우위→모든 경기의 다득점 우위 등의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이미 맞대결 6라운드를 모두 치른 팀도 있지만 각각 5∼6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상대 전적이 같은 경우 이후의 순위 결정 변수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다득점을 위해 점수를 쌓아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6강 PO가 물건너 간 SK, 삼성과 현대모비스, 전자랜드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당면한 현실이다.
달라진 풍경은 5라운드 후반이던 지난달 14일 KCC와 오리온전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KCC는 93대72로 크게 승리하며 시즌 상대 전적 3승2패로 우위를 점했다. 경기 종료 26초 전에 KCC가 91-67로 리드, 이미 '게임 끝' 상황이었다.
하지만 KCC는 21초 전 악착같이 속공을 전개하며 송창용의 2점슛을 추가했고, 오리온도 질세라 13초 전 에코이언의 3점포로 응수했다. 종료 4초전에는 오리온이 압박 수비를 통해 상대의 턴오버를 유도한 뒤 에코이언의 2점을 보태는 등 종료까지 이를 악물고 뛰었다.
두 팀이 '매너 타임'을 무시한 것은 득점 순위 경쟁 때문이었다. KCC 관계자는 경기가 끝난 뒤 "4라운드까지 맞대결 골득실에서 간신히 앞섰는데 5라운드 대승 덕분에 '423점 대 395점'으로 여유있게 달아났다"며 "마지막 6라운드 대결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골득실을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는 9일 오리온과 마지막 맞대결을 펼치는 KCC로서는 6강 경쟁팀인 오리온과 상대 전적 동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보험을 들어놔야 했던 것이다.
반면 같은 달 17일 KT와 SK의 경기 막판은 평소 풍경이었다. KT가 종료 22초 전 SK 변기훈에게 3점슛을 허용한 뒤 99-88이 되자 공격권 드리블을 시작한 허 훈이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며 마무리했다. 6강 안정권인 KT가 SK와 굳이 득점 경쟁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6강 티켓 전쟁이 가열되면서 다득점 우열 경쟁으로 인한 경기 막판의 '심장 쫄깃함'도 높아질 전망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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