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일본 캠프지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
양쪽으로 세워진 베팅케이지를 출발한 공이 연신 좌-우 펜스를 넘는다. 왼쪽에는 김동엽, 오른쪽에는 구자욱이 있다.
삼성 타자 중 김동엽은 타구를 단연 멀리보낸다. 하지만 구자욱의 장타력도 김동엽 못지 않다. 간결한 스윙으로 펜스를 가볍게 넘긴다. 몇몇 타구는 아예 외야석 끝 인공 석조물을 넘어 장외로 떨어진다.
겨우내 구자욱의 화두는 벌크업이었다. 몸을 부쩍 키웠다. 캠프 막판 "90㎏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힘을 키웠지만 의식적으로 홈런을 치기 위한 노력은 아니다.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한다는 터너 식 어퍼스윙은 하지 않는다. 김한수 감독은 "레벨 스윙을 통해 공을 띄우는 연습"을 구자욱에게 시킨다. 구자욱의 궁극적 목표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타구가 강해지면 안타는 물론 홈런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구자욱이 '강한 2번' 대열에 동참한다. 김한수 감독은 캠프 막판 "현재로선 자욱이를 2번에 배치할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2번에 들어갈 때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 여러가지 고려 사항 중 하나다. 힘과 정확도를 두루 갖춘 잘 치는 타자를 앞 타선에 배치하는 '강한 2번론'도 염두에 뒀다. '팀에서 가장 좋은 타자 3명을 1,2,4번에 배치하라'는 것이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의 주장이다. 실제 2번 타자로 뛰면 한 시즌 동안 40타석 정도 더 타석에 설 기회가 온다.
올 시즌 '강한 2번론'은 각 팀에 트렌드 처럼 번지고 있다. 키움이 파격적으로 박병호 2번 카드를 준비중이다. SK도 41홈런 타자 한동민을 지난 포스트시즌 처럼 2번으로 번갈아 기용할 예정이다. 롯데도 강타자 손아섭이 2번을 맡고 있다. LG도 캠프에서 장타력을 뽐낸 이형종의 2번 배치를 고민중이다. 한화도 송광민 2번 카드를 고려 중이다. KT는 박경수의 2번 배치가 유력하다. 두산에도 지난해 2번으로 많이 나섰던 최주환이 있다.
삼성에는 전통적 개념에서 2번을 칠만한 선수가 많다. 김헌곤과 이학주, 김상수 등이다. 모두 가교 역할이었던 원래의 2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해낼 센스 만점의 선수들. 하지만 김 감독의 선택은 '강한 2번' 구자욱이었다.
구자욱 본인도 2번 배치에 긍정적이다. 그는 "2번에서 결과가 괜찮았다. (이)원석이 형 앞에 있으면 상대 투수가 승부를 많이 걸어온다. 올해는 득점을 많이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2번으로 0 .330의 타율과 14홈런, 0.391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장타율이 무려 0.601으로 무척 높았다는 점이다. 올시즌 이원석 러프 김동엽으로 이어질 중심 타선을 등에 업고 뿜어댈 구자욱의 장타력이 기대되는 이유다.
스프링캠프 막판 등쪽에 가벼운 담증세로 실전 경기 출전을 자제했던 구자욱은 시범경기에 출전해 타격감을 조율할 예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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