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 때였다. 숙소 앞 로손 편의점에서 저녁 거리를 사던 중 앙증맞은 연두부를 발견했다. 간장 등과 함께 오목하게 포장된 두부를 설레는 마음으로 품고 나왔다. 숙소에서 맥주 한잔을 연두부 한모를 안주 삼아 먹으면 그날 저녁만큼은 사뭇 무라카미 하루키의 정서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소설가. 다작임에도 기대에 한치 어긋남 없는 작품으로 사랑받는 그의 작품 속에는 늘 음악이 있다. 그의 삶에 소설과 음악은 뗄 수 없는 뼈와 살 같은 필수 구성요소이다. 하루키는 '음악에서 소설 쓰는 법을 배웠다'고 누차 이야기 했다. 세계 각국에서 가진 인터뷰를 모은 책 '꿈꾸기 위해 매일 아침 나는 눈을 뜹니다'에서 그는 "음악은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소설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사실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음악은 그의 삶의 일부이자, 그의 작품을 이루는 정신세계의 일부였다.
비틀스부터 밥 딜런, 비치 보이스, 스탠 게츠, 야나체크까지, 하루키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100곡의 음악을 총정리한 책이 출판됐다. '친구의 서재'에서 출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구리하라 유이치로 편저, 문승준 옮김). 이 책은 하루키 '문학+음악' 가이드다. 소설에 등장하는 100곡의 음악이 록, 팝, 클래식, 재즈 등 장르별로 정리돼 있다. 음악에 대한 해설과 작품 속 의미가 다섯명의 평론가에 의해 잘 정리돼 있다. 하루키 작품을 읽다보면 이유없이 등장하는 음악은 단 한곡도 없다. 장르에 따라 음악이 등장하는 방법이 제 각각이다. 작가가 의도하는 상징과 암시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간파하지 못했던 하루키 소설 속 음악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데 있어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하루키 작품에 대한 음악적 재해석의 리뷰라 할 만하다.
찬찬히 음미하며 한 곡씩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하루키의 음악과 문학 세계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맥주와 연두부를 먹으며 하루키를 느껴보듯 이 책은 작가의 세계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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