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눈물이 나죠?"
신인상 수상을 위해 단상에 선 우리은행 박지현의 이 한마디에 시상식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11일 서울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은 웃음과 울음이 교차된 하나의 코믹 감동 드라마였다. 때로는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길었던 시즌을 끝내고 한껏 멋을 낸 여자 농구 선수들의 재치는 잔치다웠다.
가장 큰 웃음을 준 선수는 단연 박지현이었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앳된 모습의 박지현은 이날 평생 한번밖에 받을 수 없은 신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단상 위로 올라갔다. 마치 국어책을 읽듯 또박또박 자신의 수상 소감을 밝히던 박지현은 감독에게 혼이 났을 때 선배들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는 말을 하다가 "왜 눈물이 나죠?"라고 반문, 신인 선수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함마저 줬다. 박지현은 이날 시상식에서 입은 옷과 장신구가 선배 언니들이 빌려줬다고 '폭로'하며 또 한번의 웃음을 선사했다.
박지현과 달리 주위를 숙연하게 만든 울음도 있었다. 여자농구 사상 처음으로 600경기 출장을 하며 이날 특별상과 모범 선수상을 함께 수상한 우리은행의 베테랑 임영희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경기 장면을 묵묵히 지켜본 후 무대에 올라 "참 제가 농구를 오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농구라는 것은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든…"이라고 말하다 그동안의 회한이 밀려오는듯 잠시 눈물을 훔쳤다. 베스트5 가드 부문에 처음으로 선정된 삼성생명 박하나는 고마운 사람이 많아 종이에 적어온 소감을 밝히다가 눈물을 흘렸다. 박하나는 "부족한 저를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신…"이라며 눈물을 잠시 보인 후, 삼성생명으로 FA로 이적한 후 농구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예전 프런트 이름까지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MIP(기량발전상)와 기록 부문 어시스트상을 함께 받은 OK저축은행 안혜지 역시 한마디의 소감에 주위를 숙연케 했다. 어시스트상을 받은 안혜지는 스스로 수상 소감을 자청한 후 소속팀 정상일 감독에게 "감독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많은 것을 표현했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1년간 WKBL 관리 구단으로 운영되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근 BNK캐피탈로 인수가 되는 것이 거의 확정되며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정 감독의 거취는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에게 꾸준하게 기회를 주며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지도자에게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의 인사인 셈이었다.
좋은 팀 분위기를 반영하듯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이날 특별한 한복 의상으로 단연 화제가 됐다. 안혜지가 도령 복장으로 나타났고, 같은 팀의 홍소리 역시 도령 복장, 그리고 김희진과 김선희는 각각 치맛저고리와 어우동 복장을 하고 나타나 시선을 모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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