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거포' 김동엽의 3안타 데뷔전, 홈런 소식보다 반갑다.
왜 그럴까. 시범경기는 테스트 무대다. 개막을 앞두고 팀 마다 8경기를 통해 검증을 한다.
김동엽(29·삼성)도 마찬가지다. '클린업 트리오' 진입 여부를 놓고 마지막 테스트가 진행중이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동엽이가 5번에 들어가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출루율이다. 김 감독은 "파워나 이런 면에서는 당연히 (중심이) 가능한 선수다. 중심타자에게는 출루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엽에게 출루율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2016년 SK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홈런과 출루율은 반비례 그래프를 그렸다. 홈런은 6→22→27개로 늘었지만, 타율(0.336→0.277→0.252)과 출루율(0.360→0.329→0.285)은 꾸준히 낮아졌다. 지난 2년간 삼진(62→108)은 늘고 볼넷(23→17)은 줄었다.
김한수 감독은 의아했다. 캠프 전 "워낙 성실하다고 들었고, 허당짓을 할 폼이 아닌데 포인트 하나를 봐야할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김동엽은 다리를 들지 않고 노스텝으로 타격을 한다. 김 감독의 의문은 거기에 있었다. 컨택트 정확도가 떨어질 자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캠프. 드디어 김동엽이 김 감독을 만났다. 명 타격코치 출신인 김 감독은 바로 포인트를 짚어냈다. "마음이 급해 상체를 먼저 쓰더라. 하체를 활용해 미리 찍어놓고 공을 오래볼 수 있도록 조언했다. 공 보는 시점을 하나만 당겨도 더 잘 볼 수 있으니까…."
김 감독은 캠프 내내 김동엽에게 매달렸다. '성실파' 김동엽은 감독의 특별 과외를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쏙쏙 흡수했다. 빠른 시간에 무섭게 달라졌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오랜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는 법. 캠프 중간 심한 몸살 이후 상체를 쓰는 습관이 다시 나오며 살짝 주춤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인내심을 가지고 토스를 올려주며 끊임 없이 '하체 위주의 타격'을 주문했다. 캠프 막판에는 "(타격자세 교정은) 시즌 내내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괜찮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시즌 개막을 단 11일 남긴 시점. 김동엽은 12일 KT와의 첫 시범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쳤다. 상대 주력 외국인 선발 쿠에바스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유인구를 참아내고 안타가 많아지면 홈런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힘 하나는 국내 최고의 거포다.
김동엽이 출루율 테스트를 통과해 5번에 안착하면 촘촘해진 삼성 타선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과정에 또 한번 고비가 올 것이다. 정상 정복길이 평탄할 수만은 없다. 조바심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아주 조금씩만 오르면 된다. 오늘의 한걸음이 내일의 천리가 된다. 언젠가 정상에 우뚝 설 충분한 소질과 충분한 마인드를 갖춘 선수, 바로 김동엽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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