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천우희(32)가 "고(故) 김주혁 선배의 사고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슬럼프를 겪었다"고 말했다.
스릴러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 리공동체영화사 제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최련화를 연기한 천우희. 그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우상'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우상'은 지난 2014년 개봉한 독립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데뷔, 섬세하고 집요한 연출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극찬을 받고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국내외 영화계를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중. '한공주'보다 더 묵직하고 짙은 메시지는 물론 강렬하고 파격적인 전개로 여운을 남긴 '우상'은 충무로의 연기 신(神)이라 손꼽히는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한공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의 열연으로 극강의 몰입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천우희는 '우상'에서 유중식(설경구)의 아들 부남(이우현)의 아내이자 부남이 사고를 당한 날 같이 있었던 사건의 유일한 키를 쥐고 있는 캐릭터 최련화로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자신을 뒤좇는 구명회(한석규)와 유중식 사이에서 사고의 중요한 열쇠를 쥔 최련화로 완벽히 변신한 천우희는 '우상'의 긴장감을 200% 높이는 '신 스틸러'로 활약하며 '한공주'에 이은,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빚어냈다.
이날 천우희는 "'우상'은 내게 득템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득템이라는 의미가 공짜로 얻은 느낌인데 그건 아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심적으로 정말 많이 괴로웠다. 이수진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 동료 배우, 선배들에게 매번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는 '한공주'로 가능성을 열었다면 '우상'으로 내 한계를 맛봤다'고 했다. 내 자신감이 추락했다. 역할이 힘들고 센 캐릭터라서가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일도 있었고 스스로 '생각보다 별거 아닌 배우구나'를 느낀 순간이 있었다. 내 연기에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물론 현장에서는 그런 고민을 다 잊게 됐지만 혼자 있을 때는 그 생각에 너무 빠져 있었다. 잘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뭔가 다른 것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걸 내가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수진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서 더 힘들었다. 아무래도 전작에서 나와 작업을 한 감독이니까 내가 이 만큼 성장했고 또 좋은 배우가 돼가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기도 했다.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상황적으로 연기가 안 도와주면 그런 부분이 조급하게 다가왔다. 보통 다른 작품에서는 외부적인 것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인데 '우상'을 촬영할 때는 스스로도 당황할 정도로 컨트롤이 안 됐다. 실제로 '이 정도에 무너진다고?'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 당시엔 내가 참 별로라는 생각에 빠졌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직도 완전히 극복됐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해결해준 부분은 있다. 전반적으로 연기를 하면서 의욕을 잃은 적은 없었다. 종종 아쉬운 점은 있었는데 그동안은 그걸 발판삼아 '더 잘해야지' 했지만 이번 작품은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연기할 힘이 없었다. '우상' 초반 때까지만 해도 열의를 가졌는데 김주혁 선배의 사고를 겪으면서 모든 게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위해 내 한 몸 불 싸지르겠다고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결과적으로는 '이것들이 부질없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무너졌다. 그래서 지난해에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고 좋은 작품도 많이 놓쳤다. 소속사에서도 이런 나를 걱정 많이 했고 다른 콘텐츠를 통해 환기하길 바란 부분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아깝고 안타깝기도 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그러다 보니 조금 괜찮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가세했고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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