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니다.
삼성 불펜진이 2경기 연속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결과는 같았지만 상황은 극과극으로 달랐다.
개막전이던 첫 날(23일)은 홈팀 NC에 0-7로 크게 뒤지던 상황. 선발 덱 맥과이어의 난조로 불펜이 4회 2사부터 일찌감치 가동됐다. 최지광 홍정우 이승현 장필준 임현준으로 이어진 불펜진은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안타나 4사구가 단 하나도 없는 퍼펙트 피칭이었다. 탈삼진만 4개였다.
잘 던졌지만 큰 점수 차로 뒤지면서 승부가 기운 상황이라 선뜻 평가하기 이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개막 이튿날인 24일은 달랐다. 박빙의 상황에서 불펜진이 가동됐다. 1-3으로 뒤진 6회 1사 1,2루. 더 이상의 실점은 곧 패배를 의미했다. 선발 백정현을 구원해 이승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성욱을 삼진으로, 이상호를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3-3 동점을 만든 7회는 최고령 투수 권오준의 몫.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불혹의 나이에도 140㎞를 넘나드는 힘있는 공을 뿌렸다. 특히 4번 베탄코트를 바깥쪽 꽉 찬 변화구로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4-3 역전에 성공한 8회에는 장필준이 마운드에 올랐다. 더블 클로저의 위력으로 남은 2이닝을 틀어막고 승리를 지켜야 할 상황. 상황이 달랐지만 장필준은 전날 강력한 모습 그대로였다. 150㎞를 넘나드는 불 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NC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자기 공에 자신감이 넘쳤다. 첫 타자 양의지를 패스트볼만 가지고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2사 후 내야 실책이 나왔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지석훈을 투수 앞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 했다. 9회에는 베테랑 우규민이 동점을 노리는 NC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고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올시즌 팀의 첫 승을 완성시킨 소중한 터프 세이브. 개인적으로는 LG 시절이던 2012년 7월 19일 잠실 SK전 이후 2440일 만의 세이브였다.
이날 이승현 권오준 장필준 우규민으로 이어진 삼성 필승조는 3⅔이닝 동안 피안타와 4사구 없이 탈삼진만 3개를 솎아내며 2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다른 상황, 같은 결과. 심창민 최충연이 빠져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혔던 삼성 불펜. 우려가 기대로 바뀌고 있다. 베테랑이 이끌고 신예가 불끈 힘을 내고 있다. 겁 먹지 않고 씩씩하게 던진다. 출발이 산뜻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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