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에티켓을 놓고 불거진 미묘한 사령탑 충돌 이후 18시간이 흘렀다.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한화-KIA전을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은 전날 감독간 선수기용 신경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먼저 1시간 30분간 훈련한 KIA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26일 난타전이 펼쳐진 한화-KIA전. 9회 양팀 사령탑이 선수 기용을 놓고 충돌했다. 한화가 13-7, 6점차로 앞선 2사 1루 상황.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뒀다. 한데 한용덕 한화 감독은 마무리 투수 정우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세이브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실 상식은 여기서부터 깨졌다. 다만 한 감독의 생각도 이해는 간다.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린 건 한 가지 이유였다. 실전감각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한 감독은 "정우람은 개막 후 실전등판 기회가 없어 점검차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맞불'을 놓았다.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한 뒤 대타를 기용했다. 타자가 아닌 투수를 타석에 세웠다. 중계카메라에 잡힌 한 감독의 표정은 황당함이었다. 헐레벌떡 덕아웃으로 이동한 문경찬은 후드 티를 벗고 헬멧과 방망이를 든 채 타석에 섰다. 결과는 스탠딩 삼진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이 상황과 관련해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김 감독은 의연한 표정이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이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훈련 중인 타자들을 지도했다.
한화 선수들도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배팅 케이지 뒤에서 타자들의 배팅 훈련을 지켜보고 있던 김 감독에게 먼저 다가와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송광민과 정근우 등 베테랑들과는 다소 오랫동안 대화를 하기도 했다.
팀을 위해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김 감독과 의도치 않게 충돌로 연결된 한용덕 한화 감독의 선수기용 감정싸움은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모습이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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