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는 잊어라!'
헥터 노에시(32), 역대 최고의 KIA 외국인투수 중 한 명이었다. 최고의 이닝이터이자 퀄리티 스타터였다. 헥터는 2016년 206.2이닝, 2017년 201.2이닝, 2018년 174이닝을 던졌다. 3년 동안 던진 이닝만 582.1이닝이다. 해당 기간 헥터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없다. 양현종이 578이닝, 헨리 소사(LG)가 565.2이닝, 브룩스 레일리(롯데)가 550.1이닝, 메릴 켈리(SK)가 548.2이닝을 막았다.
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도 2016년 21차례, 2017년 23차례, 2018년 18차례를 기록했다.
이런 헥터를 올 시즌 새 외국인 투수 제이콥 터너(28)와 조 윌랜드(29)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물음표였다.
사실 헥터 대체 1순위로 윌랜드보다 터너가 꼽혔다. 스프링캠프 당시 좀 더 믿음을 보였다. 윌랜드는 야구전문가들의 극찬을 받긴 했지만 철저하게 관리를 받아야 했다. 2012년 수술했던 오른쪽 팔꿈치가 일본 요코하마 DeNA 소속이던 지난 시즌 다시 탈이 났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팔꿈치 부상이 재발해 시즌 중간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평소 수더분한 성격인 윌랜드는 경기를 앞두고 예민한 성격이었다. 자신만의 루틴을 유지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강상수 투수 총괄 코치는 캠프 당시 "유독 자신만의 루틴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 선수들이 종종 있다. 윌랜드가 그런 케이스다. 그러나 기술적인 것을 빼곤 부상 부분만 관리해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팔꿈치 부상 재발은 없었다.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 SK전에서 5⅓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펼쳐 기대감을 키웠다. 이후 지난 27일 한화전에 오매불망 기다리던 KBO리그에 첫 선발로 등판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KIA는 3연패 중이었다.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줘야 했다. 특히 터너가 지난 24일 LG전에서 5이닝 8실점(7자책점)으로 부진했던 탓에 부담감이 더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시즌은 길고 연패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야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뚜껑이 열렸다. 윌랜드는 한화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회 이성열에게 투런포를 허용하긴 했지만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 KIA의 시즌 첫 승이 초석을 다지고 내려왔다. 5회 1사 주자 만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버텨낸 위기관리 능력은 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50km. '기교파' 답게 직구 뿐만 아니라 커브, 체인지업, 투심, 컷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을 던져 한화 타선을 막아냈다. 이후 KIA는 필승조 고영창-하준영-김윤동을 올려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고 첫 승을 신고했다.
윌랜드의 욕심이 만든 KBO리그 첫 승이었다. 윌랜드는 "KBO리그 첫 등판에서 첫 승을 거둬 기쁘다. 다만 경기 시작은 좋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내용이 좋지 않았던 건 숙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투구내용은 좋았다. 계획했던 것이 맞아 떨어졌다. 다만 4회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실점까지 이어졌다. 다음 등판에선 중간 흔들림 없이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한 경기 던진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임팩트는 강렬했다. 윌랜드의 호투에 헥터의 그림자는 지워졌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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