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가 시즌 초반 복덩이로 뜨고 있다. 아직 판단은 이르지만, 4경기 만에 지난해 두산에서 뛰었던 두 외국인 타자(지미 파레디스, 스캇 반 슬라이크)의 타점을 넘어섰다.
두산은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타자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영입한 파레디스는 21경기에서 타율 1할3푼8리, 1홈런, 4타점에 그치며 일찍 짐을 싸야 했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메이저리그 출신의 반 슬라이크 역시 12경기서 타율 1할2푼8리, 1홈런, 4타점으로 부진했다. 두산은 사실상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렀다. 그럼에도 두산의 강타선은 정규리그 압도적인 1위를 이끌었다.
이번에는 쿠바 출신 페르난데스를 영입했다. 우선 두산의 탄탄한 라인업을 뚫어야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페르난데스는 쿠바 선수라 기본적으로 힘이나 배트 스피드는 있다. 타격 기술, 선구안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선수가 더 잘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두산은 최주환 오재일 등 내야에서 활용할 자원이 많기 때문. 하지만 당당히 선발 자리를 꿰찬 페르난데스는 시즌 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첫 4경기에서 타율 4할1푼7리(12타수 5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에선 2안타(2루타 1개) 3타점으로 활약했다. 2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1-1로 팽팽히 맞선 7회말 1사 만루에서 이보근과 끈질긴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이날 경기의 결승 타점이었다. 김 감독은 "페르난데스의 밀어내기 볼넷이 중요했다. 1B2S에서 바깥쪽 포크볼을 참아내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선구안이 좋다"고 했다. 페르난데스의 컨디션이 좋아 최근 2경기에서 2번 타순에 배치됐다. 김 감독은 "정수빈이 잘 안 맞고 있고, 허경민도 안 좋아서 페르난데스를 앞쪽으로 배치했다. 앞쪽에서 출전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 했다.
27일 키움전에서도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좋은 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페르난데스는 팀 타선이 침체된 상황에서 혈을 뚫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날 역시 0-0으로 맞선 4회말 무사 2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려 선취점을 뽑아냈다. 화끈한 장타는 아니어도 끈질긴 승부와 안타로 투수들을 괴롭혔다. 적어도 어이 없는 공에는 배트가 나가지 않고 있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다.
페르난데스는 "좋은 공을 치려고 노력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타이밍이 점점 잡혀가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 시즌 두산 외국인 타자는 시즌을 완주할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이 좋다.
잠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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