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더그아웃 벽 한 쪽에 커다란 종이가 붙었다. 그 종이에는 민병헌의 유니폼이 그려져 있었고, 동료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지난 2~3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2연승을 달리며 순항하던 롯데는 날벼락을 맞았다. 팀 뿐 아니라 리그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았던 외야수 민병헌이 4일 SK전에서 박민호의 투구에 맞아 부상을 당한 것이다. 공이 왼손 소지 부분을 강타했고, 민병헌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검진 결과, 중수골 골절상으로 최소 6주 이상 재활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5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민병헌은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 중요도가 더 컸다. 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올텐데, 그 때는 십시일반으로 다른 선수들이 타격을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수비 쪽에선 확실히 정 훈, 김문호 등보다 좋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타구를 다 처리해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5일 민병헌을 대신해 외야수 허 일이 1군에 콜업됐다. 리드오프 빈 자리는 정 훈이 채웠다.
누구보다 아쉬운 양 감독이 롤링 페이퍼를 쓰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1군 매니저가 곧바로 디자인 업체에 연락. 민병헌의 유니폼이 인쇄된 종이를 뽑았다. 그리고 선수들이 롤링 페이퍼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양 감독은 큼지막한 글씨로 "빨리보자!"라며 쾌유를 기원했다. 유격수 신본기는 "빨리 붙이고 와요! 많이 못 기다립니다"라고 적었다.
민병헌의 갑작스러운 부상과 역전패로 더 뭉쳤을까. 롯데는 5일 한화에 5대2 승리를 거뒀다. 민병헌, 손아섭 등 주전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대체 자원들이 빈 자리를 잘 메웠다. 특히, 이대호는 이날 4안타(1홈런) 3타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민)병헌이 몫까지 하겠다는 의지가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대호 역시 "선수들이 다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어제 패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감독님이 편하게 하자고 해주셨고, 선수들도 편하고 즐겁게 하고자 했다. (손)아섭이나 몇몇 선수들이 빠졌지만, 밑에 선수들이 해주면이서 팀이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타율 1위 민병헌의 이탈에도 '원 팀'으로 뭉친 롯데는 끈끈했다.
부산=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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