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요, 과공비례다.
2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3-0으로 앞선 4회초 LG 공격. 선두 타자 유강남이 삼성 투수 맥과이어의 초구에 왼팔 보호대 쪽을 맞았다. 조금 불쾌한듯 유강남은 잠시 돌아섰다가 1루로 향했다.
그 순간, 삼성 투수 맥과이어가 유강남을 향해 섰다. 모자를 벗고 눈이 마주치길 기다렸다. 결국 그는 90도 폴더인사를 한 뒤 다시 모자를 썼다.
순간적으로 오해할 소지는 있었다. 전 타석인 2회초 선제 솔로홈런을 빼앗았던 천적 타자. 지난 10일 경기부터 이날까지 두번 만난 맥과이어에게 2개째 홈런을 날린 선수였다.
하지만 상황적으로 일부러 맞힐 가능성은 없었다. 첫 타석에서 유강남은 바깥쪽 높은 쪽에 형성된146㎞짜리 직구를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당연히 삼성 배터리는 반대쪽인 몸쪽 승부나 바깥쪽 떨어지는 유인구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3점 차 초중반 승부에 선두타자를 일부러 맞혀 내보낼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요즘 어린 투수들 사이에 유행하듯 깍듯이 사과하는 폴더인사를 통해 예의를 갖추며 '어퓨 굿맨'이 됐다. 외국인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의도가 없는 사구는 투수나 타자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성격 좋은 맥과이어의 '한국야구 적응'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선수협 중심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사구 뒤 사과표현을 하자는 움직임이 보편화되고 있는 시점.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맥과이어의 폴더인사는 조금 과했다. 상황에 맞는 적정한 수위의 표현법이 있다. 모자를 만지거나 가벼운 손짓 정도로 미안함을 표시했더라도 유강남은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모자를 벗은 폴더인사는 공이 머리를 향했거나 했을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어울릴 법한 투수의 행동이었다.
몇 안되는 좁은 학교 풀에서 형성된 한국야구의 끈끈한 선후배 문화. 비록 상대타자의 학교 후배일지언정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는 개인이 아니다. 팀의 상징이자 선봉이다. 그의 손에서 떠난 공을 나머지 모든 야수가 집중해 주목한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치열한 무대. 팀 전체의 자존심, 팀의 집단 스피릿을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
어린 투수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구 후 폴더인사. 일반화에 가속도가 붙으면 자칫 선배 타자를 맞힐 때마다 폴더인사를 해야 할 판이다.
사과 표현을 아예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황에 맞는 적정 수위의 표현이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사구 후 투수의 사과가 '의무'가 돼서는 안된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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