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좌완 양현종(31)의 별명은 '대투수'다. 수많은 팬들이 온라인상에서 붙여준 닉네임이다. 지난 수년간 양현종은 대투수로 불릴만한 활약을 펼쳤다. 2017년 20승6패로 정규시즌 MVP, 골든 글러브, 한국시리즈 MVP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버텼다. 팀과 팬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양현종은 늘 에이스 자리를 지켰다.
양현종은 올해 불운과 부진이 겹쳤다. 일부에선 양현종이 수년간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다며 '혹사 후유증'을 언급했다. 양현종은 "근거없다.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 왜 혹사 얘기가 나오나"라며 발끈한다. 선발투수가 로테이션을 충실히 지키는 것을 두고 혹사라고 하기는 힘들다. 국가대표 차출 등 외부요인이 더해졌다고 해도 말이다.
양현종의 심각한 부진이 야기시킨 논란이지만 현재 그의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혹사가 아니라고 해도 지금 양현종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휴식이든 분위기 전환이든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의 의지가 완강하다 해도 고민이 필요한 지경까지 왔다. 선수의 시선은 늘 앞을 향해야만 한다. 하지만 감독과 코치는 다르다. 옆도 보고, 뒤도 볼수 있다. 실제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야구에서 코칭스태프가 꼭 필요한 이유다.
올시즌 양현종은 최악의 시즌초를 보내고 있다. 6경기에서 무승5패 평균자책점 8.01을 기록중이다. 양현종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다른 투수 같았으면 벌써 2군행이다.
규정 이닝을 채운 리그 투수 32명 중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압도적인 꼴찌다. 31위는 KIA 외국인 투수 터너(5.85)이고, 양현종이 32위다. 8점대 평균자책점은 양현종이 유일하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중 6점대, 7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도 없다.
양현종은 2015년 평균자책점 1위(2.44), 2016년 4위(3.68), 2017년 5위(3.44), 2018년 8위(4.15)를 기록했다.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가 이어졌던 시기에 세운 기록이다. 투수의 첫번째 평가 잣대라 할수 있는 평균자책점과 이닝은 그의 자존심이었다. 올시즌 이닝은 30⅓이닝으로 경기당 5이닝을 겨우 넘겼다.
갑작스런 양현종의 부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상충한다. 양현종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나의 부진은 혹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수 본인이 혹사가 아니라고 하면 표면상으로는 혹사가 아니다. 양현종은 5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졌다. 이 시기에 불펜과 선발을 오간 것은 아니다. 오로지 선발로만 던졌다. 80년대와 달리 현대 야구는 선발 투수에게 최소 4일, 5일의 휴식일을 제공한다. 메이저리그는 4일 휴식 뒤 로테이션을 이어간다. 물론 빅리그 투수들의 체력은 대단한 수준이다.
양현종은 책임감이 남다르다. 웬만해선 물러서지 않는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늘 진지하다. 올시즌 양현종은 가족 일로 시즌 준비가 보름 이상 늦었다. 캠프 합류도 순차적으로 밀렸다.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 첫 단추 꿰기가 꼬이면서 모든 것이 헝클어졌다. 지금은 재정비의 시간이다. 선수의 고집을 때로는 코칭스태프가 말려줄 필요가 있다. 팀과 선수 본인을 위함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현시점 양현종은 더이상 팀에 보탬이 되진 못한다. 꾸준한 등판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문제는 너무 망가져 있다. 에이스는 실력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이 갖는 권위도 중요하다. 쉼표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선수들은 세월이 흐른 뒤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내가 그 당시 다소 무리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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