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8일 어버이날은 '대전 아이돌' 정은원(한화 이글스)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당시 신인이던 정은원은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대수비로 출전. 팀이 6-9로 뒤진 9회초 첫 타석에서 조상우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날렸다. 정은원의 데뷔 첫 안타이자, 홈런이 나오는 순간. 한화는 접전 끝에 10대9 역전승을 거뒀다. 고척 스카이돔을 찾은 정은원의 아버지 정범상씨(45)와 어머니 이기숙씨(46)는 아들의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씨는 "집이 가까워서 경기를 보러 가려고 했더니, 아들이 좌완 투수가 나와서 뛰지 못할 것 같으니 9일에 오라고 하더라. 그래도 응원하겠다고 경기장에 갔는데, 대수비로 나와서 수비도 잘하고 홈런까지 치니 정말 큰 어버이날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2년차 정은원의 위상은 확 달라졌다.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면서 35경기에 출전, 타율 3할1푼4리-3홈런-24타점-2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대전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틈이 나는 대로 경기장을 찾는 정씨와 이씨는 한화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아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4일 대전구장을 방문한 이씨는 "은원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말고는 속을 썩이거나 안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착한 아들이다. 그 고민들을 이겨낸 건 팀과 감독, 코치님들을 잘 만나온 덕분이다. 아들에게 항상 '넌 럭키 보이(Lucky boy)다'라고 말해준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이씨는 "한화라는 좋은 팀을 만나서 어린 나이에 이렇게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우리 은원이가 운이 좋은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 정씨는 "은원이가 눈에 띄게 야구를 잘 했던 톱 클래스는 아니었는데 드래프트 행사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고 프로에 가긴 가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순번에 지명되면서 정말 실감이 안 날 정도로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운동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대부분 엄격한 모습이 많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꼭 친구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되려고 다짐했다. 그 덕인지 은원이와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은원이가 표현을 잘 못해서 다정한 말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부모이다 보니 '지금 이게 애교구나'라는 걸 느낀다"며 흐뭇해 했다.
부모의 바람은 오로지 정은원이 '인성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정씨는 아들이 어떤 야구선수가 되길 바라냐는 질문에 "항상 겸손하길 바란다.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겸손하고 인성 바른 사람으로 자라주는 게 부모에게는 더 큰 자랑이다"라고 했다. 이씨는 "은원이는 항상 한 단계씩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한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된다면, 언젠가는 훌륭한 선수가 돼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은원은 다시 '어버이날의 기적'을 노린다. 마침 고향인 인천에서 맞이하는 8일 SK 와이번스전. 정은원의 부모는 다시 야구장을 찾는다. 정은원은 "부모님의 사랑과 뒷바라지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겸손하고 바르게 살아갈 것이다. 지난해에는 첫 홈런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매년 건강하게 야구하는 모습과 겸손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답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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