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창원NC파크.
NC 다이노스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는 경기 시작부터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7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베탄코트는 1회초 SK 와이번스 선두 타자 고종욱이 친 땅볼 타구를 잡지 위해 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부러진 배트 조각이 타구와 함께 베탄코트의 다리 쪽으로 향했다. 베탄코트가 움찔하는 사이 타구는 우익수 앞까지 굴러가는 안타가 됐다. 고종욱은 후속타자 한동민의 우전 안타와 최 정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이날 전까지 2연패 중이던 NC에겐 3연승을 달리던 SK에게 내준 첫 실점은 어려움이 더해지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비 뿐만 아니라 들쭉날쭉한 타격 탓에 우려를 사고 있는 베탄코트에겐 운을 탓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음은 더 쓰라린 장면이었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베탄코트는 팀 연패를 끊는 역전 투런포로 수비 불운을 깨끗하게 털어냈다. 베탄코트는 팀이 0-1로 뒤지던 2회말 1사 2루에서 SK 선발 투수 문승원이 던진 2구째 138㎞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꾼 NC는 4회 2득점, 8회 4득점으로 1점을 추격하는데 그친 SK를 8대2로 제압했다.
베탄코트는 경기 후 수비 장면을 두고 "수비에 집중하고자 했는데, 공과 배트가 동시에 날아와 어떻게 할 줄 모른 채 당황했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동안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잡념이 많았다. 마음을 비우고 컨택트에 집중하고자 했는데, 적중한 것 같다"고 홈런 장면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최근 부진했지만 오늘 내 모습을 다시 찾은 것 같아 기분 좋다. 무엇보다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맑음'과 '흐림'을 오가고 있는 베탄코트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위기를 환호로 바꾼 이날의 경기는 베탄코트가 남은 여정을 채워가는데 중요한 힘이 될 것 같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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