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프로야구에서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인기를 이끄는 '리딩 구단'이다. 그래서 팬 목소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빠른 피드백이 필요한 구단이기도 했다.
결국 일부 팬 바람대로 됐다.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었다. 우승 감독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KIA 구단은 일부 팬에 흔들렸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임창용 방출 때부터 심기가 불편해진 일부 극성 팬은 올 시즌 내내 온라인상에서 김 감독을 괴롭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김 감독을 비난, 비방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이 사회구성원의 공통된 의견, 즉 여론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이기도 했다. 언제든지 조작될 수 있고 분위기에 편승된 의견을 낼 수 있는 댓글란이 마치 팬심을 대변한 공간이라고 착각한 것이 KIA 구단의 큰 실수라고 본다.
물론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김 감독을 비난하는 팬이 있었다. 그러나 소수에 불과했다. 김 감독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팬이 더 많았다. 그래서 일부 팬이 온라인상에서 무관중 운동 분위기를 조성해도 항상 구장에는 팬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중수는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직관 관중들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했다. 성적이 부진할 때도 반등의 희망을 가지고 어김없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많았다.
우승 감독을 이렇게 몰아내면 KIA에는 '퍼거슨 감독'이 와도 성공하지 못한다. 벌써 두 번째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조범현 전 감독도 2011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역대 8대 감독 중 감독 재임기간 김응용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을 제외하고 가을야구를 가장 많이 참여한 건 김기태 감독과 김성한 감독이었다. 특히 김 감독은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하지만 엄청난 결과를 낸 것이다. LG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이 1994년이라고 하면 KBO리그에서 우승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KIA는 잔여경기를 모두 박흥식 감독대행에게 맡기기로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새 감독을 찾든, 평가를 통해 박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미 KIA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가 됐다. 그럼에도 많은 야구인들은 그 '독'을 마셔보기라도 하고 싶다며 그 자리를 탐내고 있다. 결국 구단이 일부 팬에게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감독은 여론이라고 포장된 집단의 등쌀에 외톨이가 된다.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구단이 나서 팬심 진화에 나서야 한다. 선수만 생각하고 선수밖에 모르는 김기태 감독 같은 지도자를 또 어디서 찾겠는가.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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