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노재형 기자]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발투수는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이닝 이터(inning eater)'다. 이 부분에 이견은 없다. 선발이 안정적으로 6,7회까지 책임지면 불펜진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의 요건 중 첫 번째가 이닝 소화능력이라는 것이다. 올시즌 최고의 이닝 이터는 KT 위즈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다. 알칸타라는 9경기에 선발 등판해 64⅓이닝을 투구했다. 선발 평균 7.15이닝을 던진 셈이다. 전체 선발 가운데 평균 7이닝 이상을 책임진 유일한 투수다.
알카타라는 올초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막판 어깨 근육통을 호소해 시즌 합류가 늦어졌다. KT의 시즌 7번째 경기인 3월 30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게임서 KBO리그 데뷔전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지난 1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게임까지 9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던졌다. 9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였다는 게 알칸타라의 능력을 말해준다.
20일 현재 5승3패,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중인 알칸타라는 KT의 에이스임은 물론이고, 전체 선발투수들을 통틀어 '톱5'로 평가받을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알칸타라에 대해 "매 경기 많은 이닝과 효율적인 투구수로 에이스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알칸타라 다음으로 이닝 이터 능력이 뛰어난 투수는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이다. 10경기에서 67이닝을 던졌다. 투구이닝 자체는 전체 1위지만, 알칸타라보다 한 경기를 더 던졌다. 선발 평균 6.7이닝을 던진 꼴이다. 린드블럼은 7승, 평균자책점 1.48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자타공인 '넘버1' 에이스.
그는 올해가 KBO리그 5년째다. 첫 시즌인 2015년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32경기에 등판해 210이닝을 던지며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두산 이적 첫 해인 지난 시즌에도 26경기에 등판해 168⅔이닝을 투구, 선발 평균 6.49이닝을 기록했다. 웬만하면 7회 1사 또는 2사까지 이닝을 끌고 간다는 이야기다.
LG 트윈스 2년차 에이스 타일러 윌슨도 '이닝 이터'로 손색없다. 10경기에서 66⅔이닝을 투구했다. 선발 평균 6.67이닝을 소화한 셈인데, 지난해보다 한층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경기운영이 돋보인다. 윌슨은 지난 시즌 26경기에서 170이닝을 던져 선발 평균 6.54이닝을 기록했다. 지난 3일 두산전서 4이닝 만에 강판한 걸 제외하면 매번 6이닝 이상을 던졌다. 7이닝 이상도 7번이나 된다. 윌슨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7번으로 이 부문 1위다.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32명 가운데 선발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12명이다. 이 중 토종 투수는 두산 이영하(6.58), SK 문승원(6.17), 키움 히어로즈 이승호(6.22) 등 셋 뿐이다. 국내 투수들의 이닝 소화 능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SK 김광현과 KIA 양현종은 올시즌 똑같이 10경기에 등판해 각각 57⅔이닝, 57⅓이닝을 투구해 평균 6이닝을 밑돈다. 김광현은 올시즌에도 팔꿈치 관리 차원에서 투구수 제한을 받고 있고, 양현종은 시즌 초 극심한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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