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맥주, 소주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류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합리적인 요인이 없다며 술에 매기는 세금인 주세법 개정을 앞두고 주류업계가 발 빠르게 술값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 시장점유율 1, 2위인 '참이슬', '처음처럼'과 맥주 1, 3위인 '카스', '클라우드' 등 주요 '소맥'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롯데주류는 다음달 1일부터 처음처럼, 클라우드, 청하의 출고가를 인상한다. 평균 인상률은 소주 6.5%, 클라우드 9%다. 처음처럼 출고가는 1006.5원에서 1079.1으로 73원(7.2%/360ml 병 기준) 오르고,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는 1250원에서 1383원으로 133원(10.6%/500ml 병 기준) 오른다. 클라우드는 지난 2014년 제품 출시 이후 첫 가격 인상이다.
청하는 지난 2012년 이후 7년 만에 출고가를 인상한다. 1471.2원에서 1589.5원으로 118원(8%/300ml 병 기준) 오른다.
하이트진로도 앞서 지난 1일부터 3년 5개월만에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했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mL)의 공장 출고가격은 병당 1015.70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 올랐다. 참이슬 가격 인상은 2015년 1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맥주점유율 1위 오비맥주는 4월부터 '카스'를 비롯해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카스의 경우 출고가가 56.22원 올랐다. 오비맥주의 출고가 인상은 2016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가 시차를 두고 가격 인상을 발표했지만 모두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등 원가 상승 요인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류업계가 영업이익 증가와 원재료 가격 하락, 도수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등 요인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경우 최근 5년간 매출원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2014년 대비 지난해 6%p가 감소했으며 국제 맥아 가격도 같은 기간 10% 가까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출고가 인상과 도수 하락을 통해 이중으로 이윤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지난 2006년 19.8도에서 최근 17도까지 낮추고 가격을 인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도수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액을 추정한 결과, 주정의 양이 61.9ml에서 61.2ml로 0.7ml 줄어들고, 증가된 물의 가격을 제외하였을 시 소주 원가는 0.9원 절감된다"며 "한 해에 참이슬 후레쉬가 10억 병 판매된다고 가정했을 때, 화이트진로는 도수하락으로 9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추가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메이저 소주, 맥주 회사의 주류 출고가 인상은 정부가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던 중에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주세 개편을 앞두고 사전 작업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기재부는 주세법 개정안의 조건으로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 세법개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류 값만 오른 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관련 세금에 큰 변화가 예상돼 각 업체들이 일단은 가격을 올리고 보잔 식으로 나온 듯 하다"며 "주세 개편 시 일부 주류의 세금이 줄어들어 가격 인하에 대한 여론이 조성될 것을 미리 염려해 가격을 올려 선제 대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장의 주류가격 명령제 폐지도 인상 움직임에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주류가격 명령제는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지만, 법률에서 가격에 대한 통제 근거가 사라진 이후 전격적인 인상이 이어졌다. 주류가격 명령제는 2017년 말 국무조정실과 공정위가 주류가격에 대한 정부개입 근거를 제거해야 한다며 폐지키로 해 올해 관련조항이 삭제됐다.
한편 올해 초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정부의 주세 개편안 발표는 6월 말로 연기됐다. 정부는 "주종 간 또는 동일 주종 내에 일부 이견이 있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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