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한 특급호텔에서 '안토니파' 행동대장 출신 A씨 아들의 결혼식이 열렸다. 안토니파는 1980년대 서울 종로, 명동, 강남 일대에서 활동했던 폭력 조직이다. 전성기 때는 200명 이상의 조직원을 거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촌(사망)씨가 이끌던 '범서방파'와 가까웠다고 한다. 안토니파 두목 안모씨의 자서전에 따르면 A씨는 이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경쟁 조직에 대한 습격 작전을 주도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700여명이 참석했다. 예식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호텔 로비와 연회장에 손님들이 들어찼다. 영화에서 조폭 역할을 했던 남성 배우, 전직 권투 선수, 기업인 등이 보낸 화환 50여개도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들이 90도로 인사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인천에서 사업하는 B형님을 도와드리고 있다" "이번에 우리 프로젝트를 거드는 C동생"이라며 서로 소개했다.
A씨 주위로 건장한 젊은 남성 10명이 서 있기는 했지만, A씨가 맞는 하객 대부분은 50~60대였다. 결혼식 손님으로 재회했지만 '동생' 하객은 과거 자신보다 서열이 높았던 '형님'이 방명록을 쓰거나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안내하고 동행하기도 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D형님은 세 대 때린다는 게 열 대였고, 열 대 때린다는 게 스무 대가 됐다"며 현역 시절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 대부분은 근황에 관한 것이었다.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즐겨 타는데 어제는 영동대교까지 다녀왔다" "이를 다 들어내고 임플란트를 심느라 얼굴이 부었다" "당뇨로 고생한다"고 했다. "○○○은 거동을 못 해 축의금만 보냈다"는 말도 나왔다.
이날 결혼식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건배 제의를 위한 와인 한 잔 이외에는 술도 없었다. 하객들은 결혼식이 끝나자 "조만간 또 보자" "한번 연락하겠다"며 인사를 주고받은 뒤 하나둘씩 예식장을 떠났다.
주요 폭력 조직 관련 인물의 경우, 이미 퇴직한 경우라도 결혼식·장례식이 있을 때 경찰이 출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후배 조직원들'이 대거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A씨 아들 결혼식장에 경찰은 배치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랫동안 활동이 없는 조직이고, 조직원들이 고령화돼 대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스포츠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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