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정현석 기자] "휴~, 안타깝네요."
긴 침묵 끝 무겁게 뱉은 한마디. 삼성 김한수 감독은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김한수 감독에게 박한이는 데리고 있는 선수이기 이전에 고락을 함께한 후배다. 현역 시절 함께 뛰며 영광을 나눴던 동료.
휴식일이자 이동일인 월요일에 들려온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26일 대구 키움전의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선수도 아닌 박한이라니…. 전날 9회말 대타로 나서 팀에게 천금 같은 승리를 안긴 주인공. 그가 하루 만에 음주 사고를 냈다고 했다. 박한이 끝내기 2루타에 누구 보다 기뻐했던 사람이 바로 김 감독이었다. 그 끝내기 안타가 현역 끝내기 안타가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가슴이 아팠다. 전력 손실을 떠나 그토록 야구만을 위해 올인했던 후배. 한번의 실수로 마지막 뒷 모습이 쓸쓸해 졌다. 19년 간 쌓아올린 공든 탑. 황망한 퇴장 속에 참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질 위기다. 은퇴식도, 영구결번 논의도 모두 없는 일이 될 판이다. 향후 진로도 불투명해졌다.
"안타깝다"는 김 감독의 말 뒤에는 참 많은 회한과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28일 부터 잠실에서 열리는 두산전을 위해 27일 저녁 서울로 이동한 김 감독의 하루는 박한이로 시작해 박한이로 끝났다. 아니 어쩌면 다른 의미로 김 감독의 시간 속에 박한이는 26일 키움전 9회말 부터 내내 똬리를 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한수 감독과 박한이는 현역시절 닮은 점이 많았다. 타향 출신으로 삼성에 입단, 대구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며 원클럽맨이자 레전드로 맹활약했다. 워낙 성실했고 꾸준했다. 화려하기 보다는 조용하고 내실 있게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내며 팀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로 오래 오래 빛났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이 달랐다. 박수 받지 못하고 떠나는 후배의 뒷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선배이자 감독의 복잡한 마음, 헤아리기 어렵다.
사사로운 정에 매여있을 시간은 없다. 돌아볼 시간도 없다. 박한이가 사라진 전력 공백을 메우고, 큰 충격을 받았을 후배 선수들을 다잡아 그라운드에서 다시 치열한 전투를 시작해야 한다.
"선수들 모아서 한번 이야기 해야죠. 잘 추스러야 하니까….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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