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놓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알권리 확보와 의료분쟁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의사단체들은 "인권침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국회 내부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이달 14일 CCTV를 활용한 수술실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방안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에 동참했던 의원 5명이 다음날인 15일 이를 철회하면서 법안이 폐기됐다. 그러자 안 의원은 지난 21일 해당 의료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이를두고 의사단체들은 30일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대한외과학회 등 9개 외과계학회는 "해당 법안의 목적은 수술실 내에서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일 것이나 CCTV가 목적 달성보다는 안전한 수술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9개 외과계학회는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외과학회,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등이다.
이들 학회는 수술실 CCTV 반대 이유에 대해 ▲환자들의 심각한 인권 침해 우려 ▲수술의 질 저하 ▲의료진들의 인권문제 ▲상호 신뢰의 문제 ▲외과계 기피 현상 초래 등 다섯가지를 꼽았다.
우선 학회는 "전신 마취 중인 수술 환자의 경우 신체의 노출은 불가피하므로 개인의 신체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CCTV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운영자, 기술자, 수리기사 등 의료 외적인 관계자들도 관여하게 되므로 해킹이나 복제, 불법 유출 등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어떤 경로로든 영상이 유출됐을 경우 이는 비가역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학회는 "직접 수술을 하는 많은 의사들이 수술장 CCTV가 수술 시 집중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수술을 회피하고 방어적인 술기 중심의 소극적 방향으로 외과 치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학회는 "외과계 의사를 잠재적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기에 의사의 자존감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근무현장에서 개인의 일상적인 업무 내용이 모두 기록돼 인권이 심각히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 관계자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법으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단순한 발상"이라며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환자 안전 이슈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불합리성에 기인한 것으로 외과계 의사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과 안정성 보장, 수술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의료사고 피해자·가족·유족,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수술실 CCTV 설치는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을 근절하고, 환자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의료법 개정안 재발의에 적극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CCTV 설치는)의료인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이 지사의 핵심 보건정책 중 하나로, 경기도는 지난 1일부터 도립의료원 산하 6개 모든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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