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한국 배드민턴이 호주오픈에서 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역 국가대표는 고개를 숙였고, 진작에 은퇴한 베테랑은 승승장구했다.
희비가 엇갈린 무대는 4일부터 9일까지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 퀘이센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9 호주오픈배드민턴선수권대회다. BWF 대회 레벨 슈퍼300으로 낮은 등급이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 랭킹 포인트가 걸린 까닭에 무시할 수 없는 대회였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한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총 12개의 엔트리(단식 5명, 복식 7조)를 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본선 첫 라운드(32강전)에서 작년 대회 우승조인 서승재-채유정(혼합복식)이 패한 것을 시작으로 이동근 허광희(이상 남자단식), 김효민 김가은(이상 여자단식) 등 총 6명(조)이 일찌감치 탈락했다.
이후 라운드마다 하나 둘씩 고배를 마시더니 준결승까지 살아남은 이는 남자복식의 최솔규(요넥스)-서승재(원광대)가 유일했다. 하지만 서승재-최솔규는 8일(한국시각) 벌어진 남자복식 준결승서 일본의 가무라 다케시-소노다 케이고에게 1대2로 역전패했다. 1세트에서 듀스를 거듭하는 혈투를 벌인 끝에 25-23으로 기선을 잡았지만 2세트 중반부터 무너지며 다 잡을 듯했던 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한국의 이번 대회 성적표(동메달 1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한 작년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현역 국가대표들이 고개를 숙인 반면 은퇴한 베테랑이 한국의 체면을 세워줬다. 주인공은 고성현(32)-신백철(30·이상 김천시청)이다. 이들은 리우올림픽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실업팀 선수로 뛰고 있는데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도쿄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랭킹 34위인 고성현-신백철은 이날 남자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의 세계 3위 강호 리준휘-류유첸을 2대1(21-11, 16-21, 21-17)로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리준휘-류유첸은 배드민턴 최강국 중국에서 남자복식 에이스지만 관록의 고성현-신백철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나 다름없었다. 고성현-신백철은 1세트부터 가볍게 출발했다.
경기 시작부터 상대를 압도한 둘은 한때 11-1까지 멀리 달아나며 상대에게 추격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2세트는 잠깐 주춤했다. 9-9까지 접전을 펼치다가 연속 실점으로 9-16까지 벌어진 고성현-신백철은 대역전을 이루지 못한 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운명의 3세트에서는 10-10까지 팽팽한 혈투를 펼치더니 차근차근 점수 차를 벌려나갔고, 상대가 쫓아오면 달아나는 노련미로 쾌승을 마무리했다. 고성현-신백철은 대표팀 후배 서승재-최솔규를 울린 가무라-소노다 조를 상대로 9일 결승전을 치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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