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거 한 축구 전문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서 실패하고, 전문가를 초청해서 분석을 했어요. 그때 유벤투스 출신 피지컬 전문가였는데, 이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한국 엔트리를 보니까 선수들이 너무 어리다.' 무슨 얘기인가 자세히 들어봤더니 다른 나라들 선수들은 같은 1990년생이라 하더라도 생일이 1~3월 이런데, 한국 선수들은 9~11월 이렇다는거에요. '이 연령대에서는 1개월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그런 부분까지 고려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강인(발렌시아)의 대단함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다시보고,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강인의 플레이는 놀랍고 또 놀랍다. 솔직히 첫 두 경기에서는 이 정도 감흥을 받지 못했다. 잘하긴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월드클래스급 재능까지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르헨티나와의 3차전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농락하는 개인기도 개인기지만, 경기의 템포를 온전히 자기에게 맞추는 모습이란. 그야말로 천재였다.
이강인의 플레이는 설명이 필요없다. 좁은 공간에서 탈출하는 탈압박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며, 자신의 원하는 곳에 정확히 보내는 킥 기술은 이미 특 A급이다. 여기에 1994년 디에고 마라도나의 스루패스를 소환시킨 에콰도르전 패스에서 보듯 천리안 같은 시야와 센스를 자랑하고,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설전을 주고 받을 정도로 '성깔'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놀라운 플레이를 펼치는 이강인의 나이가 이제 18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 모두 자국에서 날고 기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20세' 선수들이다. 앞서 장황하게 설명한데로 이 연령대에서는 1개월 차이가 큰데, 이강인은 '무려' 2살이나 어리다. 이강인은 2살이나 많은 형들을 상대로 저 놀라운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진짜 리오넬 메시급 선수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강인의 스피드를 지적하기도 한다. '자꾸 한쪽으로 드리블을 친다', '템포를 잡아먹는다'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모두 이강인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강인의 나이 이제 18세다. 2년 뒤 이강인은 어떤 선수가 될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이강인을 키운 유상철 인천 감독은 "지금은 손흥민의 시대지만, 앞으로 이강인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얼마나 더 성장할지 상상이 안간다. 이강인은 백지수표"라고 했다. 근력이 좋아지면 당연히 스피드도 올라갈테고, 경험이 쌓이면 경기운영은 더 좋아질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강인이 축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의 성장을 기쁘게 지켜보는 일이다. 드디어 우리도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는 천재를 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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