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힘들 때 힘이 되는 선수가 진짜다. 키움 베테랑 좌완 오주원(34). 선산을 지키는 노송 처럼 우뚝하게 독야청청하고 있다. 연일 눈부신 활약으로 가장 어려운 순간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주원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인 2004년 프로에 입문한 선수다. 현대로 출발, 히어로즈와 넥센을 거쳐 현 키움까지 구단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산증인. 그의 프로 인생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금 처럼 필요한 곳에서 늘 아름답게 반짝였다. 제 자리를 알고 묵묵하게 지켜온 세월. 어느덧 16년이 흘렀다. 그의 야구에서는 향기가 난다. 지금 이 순간도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이번 역할은 임시 마무리다.
지난 10일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조상우가 이탈했다. 당혹스러운 상황. 키움은 산전수전 다 겪은 오주원에게 임시 마무리를 맡겼다. 완벽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그의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완벽한 모습으로 벤치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조상우 이탈 후 4경기에서 1승3세이브. 4이닝 동안 2안타 4K 무실점의 완벽투다. 4사구는 단 하나도 없다. 키움은 오주원의 깜짝 활약 속에 조상우 없이도 5승1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주원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의 주말 홈 마지막 경기에서도 어김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9-6으로 앞선 9회초 정은원 최재훈 호잉을 11개의 공으로 간단하게 삼자범퇴 처리하고 승리를 지켰다.
그야말로 베테랑의 힘이다. 조상우의 갑작스러운 부상 이탈로 비상이 걸렸던 벤치에 비로소 화색이 돈다. 장정석 감독은 오주원을 고정 마무리로 낙점하고 불펜 새 그림을 짰다. 장 감독은 "오주원에게 9회에 맞춰 놓고 마무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6~8회 셋업 투수들의 순서는 그때 그때 달라질 수 있지만 오주원 마무리는 유지될 것"이라고 굳건한 믿음을 표했다.
오주원은 "보직 바뀌기 전부터 페이스 좋았다. 그래서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현재 (조)상우가 빠져 있는데 그 빈 자리를 (김)상수나 다른 불펜 투수들이 잘 메우고 있다"며 "팀의 미래를 위해 상우가 마무리를 해줘야 한다. 빨리 치료 받고 건강하게 복귀했으면 좋겠다. 상우가 없는 동안 공백을 최소화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16년 차 베테랑 투수의 듬직한 존재감이 위기의 키움에 전화위복의 새로운 희망을 던지고 있다. 고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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