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대표팀에서의 맹활약이 꼭 소속팀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특히나 소속팀에서 아직 확실한 입지를 만들지 못한 상황이라면, 아무리 대표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했더라도 일단 소속팀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그 대표팀도 본격적인 성인 A대표팀이 아니라 '기대주'들로 이뤄진 U-20 대표팀이었다. 잠재력과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프로리그에서 그게 제대로 나올 지는 두고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일궈낸 U-20 대표팀, '정정용호'에는 앞으로의 성장이 더 주목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U-20월드컵에서의 잇단 선방쇼로 '빛광연'이라는 호칭을 얻은 골키퍼 이광연(20)이다. 골든볼의 주인공인 이강인 못지 않게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광연이지만, 이제는 소속팀 강원FC의 '신인'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영광은 잠시 묻어둔 채,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주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당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분명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반사신경과 넓은 시야, 발 기술을 과시했지만 단기간에 치러지는 대회와 꾸준히 열리는 프로팀의 상황은 다르다. 또한 팀을 이끄는 감독의 스타일도 중요하다. 대표팀 정정용 감독의 방식과 강원 김병수 감독의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광연은 이 차이점에도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쟁쟁한 선배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는 점도 있다. 현재 강원 주전 골키퍼는 베테랑 김호준(35)이다. 그 뒤로 백업 함석민(25)도 있다. 모두 1m90으로 이광연(1m84)보다 신체적으로 장점이 있다. 김호준은 올해 본격적으로 강원의 주전 키퍼를 맡았는데, 김병수 감독의 신뢰가 매우 두텁다. 발목 부상으로 14라운드 전북전에 결장했을 때도 김 감독은 "나는 원래 골키퍼를 번갈아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김호준이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함석민을 선발로 투입한 것이다. 결국 김호준은 부상에서 회복한 뒤 16라운드 대구전에 곧바로 다시 선발 자리를 되찾았다.
때문에 김호준은 이광연이 주전으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산이다. 백업 함석민도 있지만, 이왕 극복의 목표로 삼는다면 주전을 대상으로 하는 편이 낫다. 고무적인 점은 김병수 감독 역시 이광연의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전력강화실장으로 이광연 선발에 직접 개입했었다. 이미 그때 이광연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광연이 하기에 따라 정당한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주전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그리 조급해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시간은 이광연의 편이기 때문이다. 이제 만 20세라 경쟁력은 충분하다. 이광연이 과연 선배들의 큰 산을 넘고 K리그 주전으로 우뚝 설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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