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만약 전반기 두산 베어스 불펜에 이형범이 없었다면? 아마 김태형 감독이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정일 것이다.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SK 와이번스와 2강 구도를 꾸준히 형성하고 있다. 18일 경기에서 SK가 지고, 두산이 이기면서 다시 2경기 차로 다가섰다. 두산이 보여주고있는 의외의(?) 기록은 마운드다. 리그 최강의 선발진으로 꼽히는 SK나 리그 최강 불펜으로 꼽히는 LG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 중일 정도로 투수들이 점수를 안주는 편이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3.35로 LG(3.23)에 이어 전체 2위. 그중에서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SK가 3.17로 1위고 두산이 3.37로 2위에 올라있다. 불펜 투수들의 성적도 빼어나다. LG가 3.03으로 압도적인 1위인 가운데 두산도 3.36으로 LG를 바짝 뒤쫓고있다.
그렇다고해서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이 내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부침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붙박이 마무리를 맡고있는 함덕주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잠시 보직을 내려놓기도 했고, 나머지 투수들도 기복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누구 한명을 확실하게 정해놓고 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를 중요한 상황에서 내고, 상황별로 끊어서 투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단연 이형범이다. FA(자유계약선수)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올해 두산에 처음 합류한 이형범은 처음에는 선발 자원으로도 분류가 됐다가 다소 편안한 상황에서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점점 존재감이 늘어났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스트라이크를 꽂아넣는 거침없는 투구로 빠르게 셋업맨 자리를 꿰찼고, 함덕주가 한차례 2군에 내려가면서 권 혁과 함께 '더블 스토퍼'가 됐다. 지금은 세이브 상황에서 두산 벤치가 가장 믿고 내는 투수가 바로 이형범이다.
6월부터 본격적인 세이브 상황에 등판 중인 이형범은 8경기에서 무려 6세이브를 챙겼다. 블론세이브는 한번도 없다. 또 지난달 29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최근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형범이 6월에 등판한 8⅔이닝동안 타자에게 맞은 안타는 2개 뿐이고, 삼진은 7개, 볼넷은 3개 허용했다. 경기 내용으로만 봐도 이형범의 등판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전반기에 이형범이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인정했다. 이형범이 뒤를 막아주기 때문에 함덕주나 박치국, 권 혁 등 나머지 필승조 선수들도 비교적 부담을 덜어내고 자신의 페이스를 맞출 수 있다.
이제 올 시즌 남은 기간동안 이형범이 가장 신경쓸 부분은 체력이다. 이형범은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다. 지난해 NC에서 선발을 오가며 54이닝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후반기에는 1군 등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가 첫 풀타임 경험이 될 확률이 높다. 경험이 없는 투수에게는 체력적으로 다소 힘에 부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프로 입단 이후 최고의 시즌으로 피날레를 할 수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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