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거 진짜 말해도 되나요?"
U-20 축구대표팀이 만들어낸 폴란드 월드컵 준우승의 감동,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20세 어린 선수들이 만들어낸 축구에 대한 열기, 이제 K리그로 이어져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붐업을 위해, U-20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한 5명의 K리거를 20일 서울 축구회관에 불러모았다. 그 주인공은 조영욱(FC서울) 전세진(수원 삼성) 오세훈(아산 무궁화) 황태현(안산) 엄원상(광주). U-20 K리거 미디어데이를 통해 월드컵 뒷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K리그에서 뛰는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TV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늠름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엄청난 카리스마가 발산됐었지만, 그들도 그라운드 밖에서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들일 뿐이었다.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 듯이, 유쾌한 폭로전을 펼치며 미디어데이 현장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긴장을 한 듯 모범 답변만 늘어놓던 선수들. 대회 기간 룸메이트로 지내던 선수들의 비밀을 하나씩만 폭로해달라는 질문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조영욱은 함께 방을 쓴 이지솔(대전)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물을 내리지 않는 기이한 습관 때문에 힘들었다고 폭로했다.
조영욱이 포문(?)을 열자, 전세진은 룸메이트였던 고재현(대구)에 대해 "운동을 하고 와서 1시간이 지나도 안씻는다. 여기에 잘생긴 걸로 인기가 많은데, 우리만 아는 비밀이 있다. 고재현이 늘 눈썹까지 앞머리를 내리는 이유가 있다. 앞머리를 올리는 순간…여기까지만 하겠다"고 밝혔다.
화제가 된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의 발언에 대해서도 선수들은 할 말이 많았다. 이강인은 17일 입국 후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누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형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세진, 엄원상을 꼽으며 "그나마 두 형만 정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비정상"이라고 했다.
이에 조영욱과 오세훈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전세진은 여자 앞에만 서면 약해진다. 연애를 많이 못해봐서인지, 말주변이 없다"는 전세진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그러자 전세진은 "내가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아무도 못봤는데 어떻게 추측을 하나"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형들은 막내 이강인에 대해서 역으로 폭로했다. 조영욱은 "이강인이 비정상이다. 형들한테 까부는데, 가끔 선을 넘을 때가 있다. 다들 예민하고, 기분이 다른데 강인이는 그걸 모르고 계속 장난 친다. 어떤 선수는 참지 못하고 나에게 성토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화가 난 선수는 엄원상. 엄원상은 "나는 밥먹을 때 얘기를 안한다. 가만히 밥을 먹고 있는데 강인이가 나에게 와 다짜고짜 욕을 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에 주장이었던 황태현은 "우리와 살아온 문화가 다르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한 번씩 욱할 때가 있었다. 그 때는 따로 불러 얘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미래 한국 축구를 이끌 선수들인만큼, 각각의 개성도 확실했다. 조영욱은 이미 인기팀 FC서울에서 주전급으로 활약중인 선수다. 말 한마디에 기품이 묻어났다. 전세진은 스스로 약점을 '멘탈'이라고 할 정도로 언행에서 감정 기복이 묻어나지만, 그 속에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스타일이었다. 연예인 못지 않은 외모는 보너스. 장신 공격수 오세훈은 또박또박,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했다. 이동 중 고 김광석, 이문세 노래를 듣고 늘 교과서적인 말만해 팀 내에서 '진지남' 컨셉트를 확실히 잡았던 황태현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속팀 안산 시장님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으며 '정치력'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엄원상은 "'광주의 무패 우승에 도움이 되겠다',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 팀은 안산(황태현의 소속팀)과의 맞대결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등 강력한 코멘트로 젊음의 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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