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하루가 멀다하고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뿐만이 아니다. 이강인을 직접 키운 발렌시아 현지에서도 관심이 더 많다. 특히 이강인이 이번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MVP)을 수상, 최고의 유망주로 공인받으며 분위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이강인은 지난 시즌 1군 무대에 데뷔했다. 18세의 나이에 프리메라리가, 코파델레이, 유로파리그 등에 출전했다. 출전 경기마다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출전시간은 많지 않았다. 특히 2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2개월 동안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 무렵부터 이강인의 임대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반기 부진했던 발렌시아는 후반기 총력전에 나섰고, 결국 코파델레이 우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마르셀리노 감독은 신예들에게 기회를 주기 보다는 기존의 선수들을 중용했다. 이강인은 11경기 501분을 소화했다. 시간만 놓고보면 적은 시간은 아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정도의 빅클럽에서 18세 선수가 이 정도 출전시간을 받는 것은 흔한 예가 아니다. 이강인과 비슷한 나이대이자 이강인 못지 않은 재능을 지녔다는 디에고 라이네스(레알 베티스), 브라힘 디아스(레알 마드리드), 안데르 바레네체아(레알 소시에다드) 등은 이강인 보다 출전시간이 적었다.
발렌시아는 당연히 자신들이 키워낸 최고의 유망주를 애지중지할 수 밖에 없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부담감이 적은 홈경기 위주로 이강인을 출전시켰고, 임대설이 불거지자 U-20 대표팀 조기 차출로 이강인의 마음을 달랬다.
헌데 이강인이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기류가 바뀌었다. 일단 이강인의 가치가 올라갔다. 이강인을 원하는 팀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아약스, PSV에인트호번 등 해외팀까지 가세했다. 발렌시아 팬들 사이에서도 이강인을 기용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단 내부에서도 세계 최고의 유망주이자 팀내 최고 유망주인 이강인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포지션이다. 이강인의 주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4-4-2의 신봉자다. 중앙에 수비력이 능한 전투적인 미드필더 2명을 배치하고, 좌우에 스피드 있는 자원을 기용한다. 이강인의 설자리가 없다. 지난 시즌에도 기대보다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강인이 측면에도 설 수 있지만, 아무래도 100%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강인 입장에서는 가장 익숙한 발렌시아에 남는 것이 가장 좋은 답이다. 이강인이 아무리 멘탈이 좋다해도, 18세의 나이에 낯선 무대에서 경쟁을 펼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음 시즌 발렌시아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만큼 출전시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21~23명 정도로 시즌을 치르는 것을 선호한다. 일단 발렌시아는 왼쪽 윙어인 데니스 수아레스 영입이 유력하다. 곤살로 게데스, 데니스 체리셰프 등까지 있는 왼쪽은 이미 포화상태다. 결국 카를로스 솔레르가 있는 오른쪽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강인이 이 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떠나야 한다. 발렌시아가 이강인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보낼 경우에는 임대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취재 결과, 이강인은 해외 이적 보다는 익숙한 스페인 무대에 남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발렌시아를 떠날 경우, 레반테가 유력 행선지로 보인다. 레반테는 같은 지역인데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적극 활용한 스페인식 공격축구를 펼친다. 이강인이 원하는 여건을 두루 갖췄다.
과연 이강인은 올 여름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일단 핵심은 포지션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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