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도자기에 민화를 그려온 김소선 화백이 독특한 책 한 권을 내놓았다. '김소선 화백의 우리는 호랑이다'(아마도 간)이다.
우리 민화에서 가장 친근한 소재는 호랑이다. 김소선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 역시 호랑이다. 그동안 도자기에 '철사 까치호랑이', '물구나무 호랑이', '모란 호랑이', '부적 호랑이' 등 해학넘치는 호랑이를 무수히 그려왔다.
'우리는 호랑이다'는 그동안 작업한 호랑이 작품들을 추려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독특한 화집이다. 무엇보다 동양의 우주관과 서양의 천체물리학을 결합시켜 철학적 우화를 완성했다. 민화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호랑이가 김 화백의 독특한 상상력을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는 호랑이다'에서 주인공 호랑이는 처음에는 일상의 공간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경험하다 어느 순간 우주로 날아간다. 이카루스가 되어 태양을 향하고, 우주에서 명상을 하는가 하면, 블랙홀을 통과하고 이벤트호라이즌을 지나 화이트홀에 다다른다. 그러다 하품하며 깨어난다.
호랑이의 광활한 여행은 호접몽(胡蝶夢)일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자를 향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경험할 수 있는 진리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은 이 책 속의 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호랑이다'.
작가는 "'우리는 호랑이다'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과 동양의 우주관 그리고 천체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지금까지 우리들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고 또 하고 있는지에 대해 나처럼 호기심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면서 "그림 먼저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를 지어냈지만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 짧은 이야기 속에 나름대로 내 생각을 묻어 두었는데 고맙게도 맞장구 쳐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백자에 우리 민화를 그려왔다. 미국, 영국, 일본, 노르웨이, 멕시코 등 해외에서 초대전을 개최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이바지해 왔다. 국립태권도박물관, 국회의장 의전실 등에도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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