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호주 대표 맥 호턴의 '시상 거부'.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호턴은 지난 21일 밤,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남자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3초17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중국의 쑨양(3분42초44)에 0.73초 뒤진 2위 기록. 이탈리아 가브리엘 데티가 3분43초23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쑨양이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이 종목 사상 첫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그런데 경기 후 쑨양의 '사상 첫 4연패' 보다 오히려 호턴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이어 열린 시상식에서 호턴은 시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시상대 아래 선 채 시선을 멀리 허공으로 고정시켰다. 또한 시상식 후 사진 촬영 때도 데티하고만 어깨동무를 했다. 명확한 메시지를 담은 행동이다. 바로 '도핑 선수' 쑨양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시위 행동이었다.
쑨양은 2014년 도핑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심장질환 치료를 위해 복용한 약이며, 이 약이 도핑 금지약물로 지정된지 얼마되지 않아 몰랐다'는 입장을 취했다. 쑨양은 겨우 3개월 자격정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약을 처방한 의사도 1년 자격정지에 그쳤다. '트리메타지딘'이라는 이 성분은 이후 대회중 복용이 금지되는 약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불법이다.
특히 쑨양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비상식적인 행동까지 저질렀다. 자택에 방문한 도핑검사관을 저지하고 혈액샘플 병을 깨는 등 도핑 검사 거부 행위를 시전했다. 그러나 FINA는 단순 경고처분만 내렸다. 사실상의 면죄부, 특혜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FINA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9월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쑨양은 아무런 문제 없이 광주수영선수권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턴의 행동은 이런 쑨양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이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 때 쑨양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후 쑨양의 도핑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해온 '저격수'다. 이날 시상대에 오르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긴 해도 새삼스럽지는 않다. 쑨양에 대한 비난과 FINA에 대한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이 사건이 벌어진 뒤 영국 BBC와 미국 ABC 등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호턴과 쑨양의 장외 대결을 대서특필했다. 전세계 수영인들도 SNS를 통해 설전을 펼치는 중이다. '호턴이 반도핑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지지 의견과 '무죄추정원칙에 의거, 시상대 거부야말로 오히려 벌점을 받을 행동'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하지만 정작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 참가한 선수들은 호턴을 더 지지하는 듯 하다. AP통신은 이날 미국 평영 선수 릴리 킹의 인터뷰를 통해 "호턴이 선수촌 식당에 들어왔을 때 세계 각국의 선수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선수들의 '민심'이 어디로 향해 있는 지 보여주는 대목인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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