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해외축구'다.
최고 인기 스포츠라고 하는 야구조차 상대가 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클릭되는 스포츠 카테고리도 단연 해외축구다. 손흥민(토트넘)뿐만 아니라 다른 빅클럽, 슈퍼스타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작은 2005년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라는 뜻)' 박지성의 맨유 이적이었다. 이전에도 해외축구 매니아는 많았지만, 박지성의 맨유행과 함께 해외축구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최고의 클럽이었던 맨유의 에이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당시 약관이었던 호날두는 현란한 개인기로 한국 팬들을 사로잡았다. 호날두는 박지성과 함께 맨유에서 세계 최고 선수 중 하나로 성장했고,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가 됐다. 박지성을 시작으로 손흥민으로 이어진 해외축구의 붐 속에서 호날두는 한결같이 슈퍼스타였다. 그래서 호날두는 한국의 해외축구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였고, '우리형'이었다. 네이마르가, 에당 아자르가, 폴 포그바가 와도 두 시간 반만에 6만5000장을 완판시킬 수는 없다. 오로지 호날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호날두의 내한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해외축구 붐의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사건이자, 현상이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 그리고 경기 후 그토록 실망이 컸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죽기 전에 호날두를 또 볼 수 있을까요"라며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던 팬들의 환호는 분노를 넘어 증오로 바뀌었다. 탈세 소식에도, 강간 혐의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우리형'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졌다.
지독한 짝사랑이었다. 이역만리에서 아무리 '메호대전(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낫나)'으로 핏대를 세우고, 밤 새워 응원을 한들, 호날두에게 우리는 아무 의미도 아니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확실히 알게된 사실이다.
이제 호날두는 지우자. 수준 높은 축구에 대한 갈망을 접으라는 것이 아니다. 호날두는 한국에서의 논란과 상관없이 여전히 슈퍼스타일 것이고, 여전히 축구를 잘할 것이다.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된다. 해외축구 우월주의, 사대주의를 접자는 이야기다. 사실 해외축구가 인기를 얻으며, 상대적으로 국내축구, 특히 K리그는 소외됐다. 오히려 K리그를 '개리그', '게이리그'라고 깎아내렸다. A대표팀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축구 팬들이 손흥민의 차출을 그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토트넘에 '피해'가 갈까봐다.
호날두가 우리를 외면하는 동안, 그라운드에서 20명의 K리거들은 치열하게 뛰었다. 오스마르(FC서울)의 중거리포는 예술이었고, 세징야(대구FC)의 세리머니는 환상적이었다. 수천 억에 호가하는 유벤투스 선수들의 플레이는 탄성을 자아냈지만,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도 그에 못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선수들을 매주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 사인도 받을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호날두만큼 볼을 잘 차지는 않지만, 호날두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나만의 팀, 나만의 스타를 K리그에선 직접 만날 수 있다.
호날두를 보여주러 함께 경기장에 간 아들이 "아빠, 세징야 멋있다. 어디서 뛰는 선수야?"라고 물었다는 어느 해외축구 팬의 고백은 그래서 의미 있다. 우리의 호날두는 세징야고, 우리의 디발라는 타가트(수원 삼성)다. 우리의 부폰은 조현우(대구FC)고, 우리의 퍄니치는 오스마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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