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아마 모든 감독들이 그럴 것이다. 팀 내 '에이스'가 선발등판하는 경기에는 공격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수비력에 초점을 맞춘다. 에이스가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수비에서 좀 더 버텨내야 한다는 전략이다.
3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SK 와이번스전이 꼭 그랬다. 이날 KIA에선 최근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에이스 양현종이 마운드에 올랐다. 다만 경기 전 변수가 발생했다. 2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하기로 예정됐던 김선빈이 펑고 수비훈련 도중 오른 엄지손가락 부상을 했다. 때문에 박흥식 KIA 감독대행은 선발라인업과 수비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했다. 김선빈의 공백은 박찬호가 메웠다. 3루수에는 당초 선발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황윤호가 선택받았다.
이들은 호수비로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3회에는 황윤호가 SK 김성현의 강습타구를 멋진 다이빙캐치로 잡아냈다. 유격수 박찬호의 수비력은 '명불허전'이었다. 포구부터 송구까지 물 흐르는 듯 부드러웠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력에 양현종은 글러브를 두드리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외야에선 중견수 이창진이 호수비를 펼쳤다. 2회 1사 이후 정의윤의 타구를 몸을 던져 다이빙 캐치를 펼치며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보였다. 박 감독대행도 "이날 승리는 수비로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야수들의 호수비를 등에 업은 양현종도 재치있는 플레이로 위기를 잘 모면했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 149km까지 던지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던 양현종은 7이닝 동안 단독선두를 질주 중인 SK 타선을 2안타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압권은 6회였다. 재치를 마음껏 뽐냈다. 1사 이후 노수광에게 좌전 2루타를 얻어맞은 뒤 3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김강민의 번트 때 오버런을 한 3루 주자 노수광을 아웃시켰다. 양현종은 번트를 직접 잡아 1루로 던지는 척하면서 홈으로 파고들던 노수광을 주루사로 잡아냈다. 이어 2사 2루 상황에서 유격수 박찬호와의 환상적인 호흡을 살려 2루 주자 김강민을 견제사로 아웃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양현종은 "우천 노게임 이후 컨디션 관리의 어려움은 없었다. 감독대행과 코치님께서 시간을 충분히 주셨기에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포수 승택이의 리드가 좋았고 내 공도 마음 먹은 대로 잘 들어갔다. 또 수비수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모든 수비수들이 좋은 수비를 해주면서 긴 이닝을 할 수 있었다. 남은 후반기에도 긴 이닝을 책임지면서 팀 승리를 견인하고 싶다"고 전했다.
KIA는 올 시즌 SK만 만나면 진짜 '호랑이'가 된다. 이날 2대0 승리로 SK전 상대전적을 5승4패1무로 우위를 점했다. 이번 시즌 SK에 상대전적 우위를 점한 건 KIA가 유일하다. 박 감독대행은 "SK만 만나면 타격도 잘되고 자신감도 좋고 정신력이 강해지는 것 같다. SK도 부담을 느끼는 것도 우리에게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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