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SK 와이번스)이냐, 양현종(KIA 타이거즈)이냐.
31세 동갑내기 왼손 에이스의 동반 호투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왼손 에이스가 올시즌 KBO리그에서 뜨겁게 달구고 있다. 둘이 같은 시즌에 함께 활약한 적은 드물었기에 더욱 흥미를 끈다.
둘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나란히 1차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김광현이 먼저 야구팬들을 사로잡았다. 데뷔해인 2007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서 깜짝 호투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하더니 이듬해인 2008년엔 16승4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며 MVP가 됐다.
다이내믹하면서도 파워넘치는 투구폼에서 나오는 강속구가 팬들을 사로잡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도 김광현은 '일본 킬러'로 맹활약했다.
2009년 12승, 2010년 17승을 거뒀던 김광현은 그러나 어깨 통증으로 인해 2년간 힘든 시기를 거쳤다. 이후 2013년 10승을 거두며 부활했고, 이어 2016년까지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2017년을 쉰 김광현은 지난해 철저한 관리속에서도 11승8패, 평균자책점 2.98로 부활에 성공했다.
양현종은 늦게 빛을 봤다. 주로 중간에서 뛰던 양현종은 2009년 선발로 전환, 12승을 올려 KIA의 에이스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2010년엔 16승을 올렸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한국의 금메달에 기여했다.
이후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2014년부터 꾸준히 170이닝 이상을 던지는 이닝이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2017년이 정점이었다.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1995년 LG 트윈스 이상훈(20승)이후 22년만에 토종 투수 선발 2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동안 둘이 함께 잘한 시즌은 드물었다. 둘 다 15승 이상을 거둔 해는 2010년이 유일했다. 당시 김광현이 17승, 양현종이 16승을 거뒀다.
9년만에 다시 동반 15승 이상을 노린다. 올시즌 둘의 성적은 비슷하다. 11일 현재 김광현은 14승3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중이다. 다승 3위, 평균자책점 3위다. 138개의 삼진을 잡아 탈삼진 2위. 150㎞가 넘는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의 투피치에서 투심과 커브를 더해 안정감을 키웠다.
양현종은 4월까지 5패만을 당하며 '혹사 논란'에 휩싸였으나 5월부터 쾌속 행진 중이다. 5월부터 17경기서 13승(3패)을 올렸고,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1.26(리그 1위)에 불과하다. 11일 현재 13승8패 평균자책점 2.68. 다승 4위, 평균자책점 6위, 탈삼진 3위(124개)에 올라있다. 최고 150km 빠른 직구와 체인지업이 주무기,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는다. 많은 이닝 소화를 위해 늘 빠른 승부를 펼친다. 4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선 9안타를 맞으면서도 투구수 99개로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둘 다 18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19번)에 이어 공동 2위다. 양현종이 144⅓이닝을 던져 한화의 워윅 서폴드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있고, 김광현은 144이닝을 던져 아웃카운트 하나 차이로 최다 이닝 3위다.
통산 성적도 용호상박이다. 둘다 133승을 올렸다. 역대 통산 승리 공동 8위다. 남은 시즌 둘의 맞대결을 볼 수 있을까. 로테이션상 지난 1일 만날 수도 있었지만 우천으로 인해 둘의 등판 로테이션이 틀어졌다. KIA와 SK의 맞대결은 4번 남았다. 8월15∼16일 광주에서 2연전을 갖고 9월 14일 이후 우천으로 치르지 못한 2경기를 더 하게 된다.
팬들의 설전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들의 진짜 대결이 기다려진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SK 김광현-KIA 양현종 연도별 성적 비교
김광현=연도=양현종
3승7패 3.62=2007=1승2패 4.17
16승4패 2.39=2008=5패 5.83
12승2패 2.80=2009=12승5패 3.15
17승7패 2.37=2010=16승8패 4.25
4승6패 4.84=2011=7승9패 6.18
8승5패 4.30=2012=1승2패 5.05
10승9패 4.47=2013=9승3패 3.10
13승9패 3.42=2014=16승8패 4.25
14승6패 3.72=2015=15승6패 2.44
11승8패 3.88=2016=10승12패 3.68
수술 재활=2017=20승6패 3.44
11승8패 2.98=2018=13승11패 4.15
14승3패 2.44=2019=13승8패 2.68
133승74패 3.29=통산=133승85패 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