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내 뒤에 누군가가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차이죠."
불펜 투수들은 이런 말을 한다. 중간에 던지는 것과 마무리의 중압감 차이는 어마어마 하다고 말한다. 실제 허리에서 잘 던지던 투수가 마무리로 격상되는 순간 부담감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삼성 라이온즈 불펜에 '끝판왕'이 돌아온다. 오승환(37)이 내년 시즌 초 웅장한 '라젠카 세이브어스'와 함께 라이온즈 파크 마운드에 선다. 올 시즌 42경기, 내년 초 30경기 출전 정지를 소화하면 비로소 팬들을 만날 수 있다. 예상 복귀 시점은 내년 4월 말~5월 초다.
'끝판왕'의 복귀는 삼성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라이온즈 팬들은 돌아온 오승환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스스로도 "매 순간 우승할 때마다 기억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또 다른 삼성 우승 장면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성공적 연착륙 여부에 불확실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2013년 이후 7년 만이 될 국내 무대 복귀.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한참 때, 전성기 근력은 아니다. 사소하나마 팔꿈치 수술 이후 경과도 변수다.
하지만 오승환에게는 해외진출 전에 없던 게 하나 있다. 미·일 야구를 통해 축적한 풍부한 경험이다. 미국 생활 막판 구위를 살짝 떨어뜨린 팔꿈치 문제도 수술 이후 구위가 더 좋아질 확률이 높다. 오승환은 "(해외에서) 많이 배우고 얻었다. 내가 느끼고 배웠던 점을 한국야구에 접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에 대해서도 "(내년) 성적을 놓고 말씀 드리기는 무리가 있다. 다만 수술을 통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자신감을 표했다.
오승환은 집념의 소유자다. 아마 시절 수차례 수술로 투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특유의 성실함으로 극복해냈다. 수술한 부위를 강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웨이트 트레이이닝을 통해 이미 대학 시절 로보트 같은 강건한 팔을 완성했다. 프로 입단 하자마자 어마어마한 회전수의 돌직구를 팡팡 뿌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토록 바랐던 국내 복귀 무대. 허투루 맞이할 리가 없다. 올 겨우내 흘릴 오승환의 땀방울이 내년 시즌 라이온즈 팬들을 열광시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오승환의 건강한 복귀는 라이온즈에 전방위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단숨에 삼성 불펜진의 구심점으로 우뚝 서게 된다. 후반기 들어 변화무쌍한 피칭으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베테랑 우규민은 '멋진 마무리'란 말에 손사래를 치며 장난 처럼 "끝판왕"을 외친다. 우규민 장필준과 '좌완 킬러' 임현준 등 베테랑과 최충연 최지광 이승현 등 경험을 축적한 젊은 피들이 '뒷일'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상대타자와 집중력 있는 승부를 펼칠 수 있다. 집단 시너지 효과가 나올 공산이 크다. 투수교체 타이밍도 전략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게다가 젊은 투수들에게 오승환은 존재 자체가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본'이다. 스스로에 대한 관리나 노하우 등 곁눈질로 배울 점이 무궁무진하다.
타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8회까지 단 1점이라도 앞서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타자들의 팀 플레이를 자연스레 유도할 공산이 크다. 계산이 서는 만큼 벤치의 작전 지시도 보다 확신을 가지고 펼칠 수 있다. 수비에서도 보다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끝판왕'이 몰고올 현실 가능한 변화들. 그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기분 좋게 경험해 불 순간이 기대감 속에 다가오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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