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볼넷 4개+사구 3개+탈삼진 9개.'
국내 무대 데뷔전을 치른 삼성 라이온즈 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27)의 기록이다. 조금 의아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라이블리는 다른 건 몰라도 제구 하나는 꽤 괜찮은 투수였다. 빅리그 9이닝 당 평균 2.9볼넷. 트리플A로 가면 9이닝 당 볼넷이 2.5개로 줄어든다. 제구력에 있어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한 수치다.
지난 1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국내 무대 데뷔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삼성 김한수 감독도 고개를 갸웃했다. 김 감독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12차전 경기를 앞두고 "4사구 7개를 줄 정도의 투수는 아니다. 다음 등판을 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마침 덕아웃 앞을 지나가던 라이블리에게 직접 물었다. 왜 그랬을까. 스스로의 진단은 분명했다. 시차 적응 문제가 아닌 마운드 적응의 문제였다. 라이블리는 "시차 문제는 전혀 없었다. 다만 마운드에서 발이 미끄러져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애를 먹었다. 제구에도 영향을 받았다"며 "앞으로 잘 적응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익숙했던 마운드 재질과 다른 미묘한 차이. 첫 경험에 나선 외국인 선수에게 큰 결과 차를 불렀다. 축이 되는 오른발의 지지가 불안해지면서 제구가 흔들렸다. 간혹 나온 터무니 없이 높은 패스트볼이나 장기인 커브를 각도 있게 구사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그는 '한국야구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도 "저스트 마운드"라고 웃으며 말했다. "스트라이크 존이나 다양한 타자를 상대하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다. 다만 마운드가 조금 미끄럽고 낮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마운드 차이에 대한 향후 극복 방안을 묻자 그는 "와인드 업 딜리버리를 조금 천천히 가져가려고 한다. 축이 되는 오른 발을 마운드에 더 단단하게 심어서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일단 밸런스를 잡을 정도로 적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희망적 요소는 많다. 일단 강력한 구위와 디셉션은 검증이 됐다. 공격적 성향도 긍정적이다. 라이블리는 그날 물리적으로 제구가 흔들렸을 뿐 도망가는 피칭을 한건 아니다. 최 정, 로맥 등 와이번스가 자랑하는 중심타선과 빠른 카운트에서 과감한 승부를 펼쳐 삼진 등 좋은 결과를 얻었다. 라이블리는 "4번이든 9번이든 꾸준히 공격적 피칭을 이어가는게 내가 추구하는 야구"라고 확신에 차 이야기 했다.
라이블리는 오는 20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데뷔 후 두번째 경기. 그는 과연 다른 마운드에 적응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라이온즈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원=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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