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올림픽 한·일전 이승엽의 극적인 홈런을….
2008년 8월22일,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4강전. 한국은 일본을 극적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2-2로 팽팽하던 8회 1사 1루에서 이승엽이 이와세로부터 부진을 만회하는 짜릿한 결승 투런 홈런을 뽑아내며 극일의 선봉에 섰다. 여세를 몰아 대표팀은 쿠바마저 물리치고 전무후무 한 올림픽 전승 우승의 신화를 창조했다.
그야말로 대표팀 4번타자 이승엽 드라마였다. 주연은 이승엽, 연출은 김경문 감독이었다. 뚝심의 승부사 김 감독은 극도로 부진하던 이승엽을 끝까지 믿었고 결국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승엽은 대회 도중 김 감독을 찾아 "한번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딱 2경기만 해주면 된다"며 돌려보냈다.
표현은 안했지만 김 감독도 무척 힘들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오고, 승장 인터뷰할 때마다 첫 질문은 '내일도 이승엽이 4번을 칩니까'였다. 김 감독은 "감독은 믿음은 그럴 때 필요한 겁니다. 그래도 끝까지 안됐다면 제가 욕 먹을 각오를 했죠.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아니라 승엽이었어요"라고 회고했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가 대표팀 4번 타자다. '포스트 이승엽'. 11월 프리미어12를 앞둔 김경문 감독이 믿음을 줄 새로운 4번 타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승엽 처럼 고민 없이 낙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승엽이 보여준 큰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클러치 능력이다.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춘추전국시대다.
일단 각 팀 중심 타자들이 떠오른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SK 와이번스 최 정, 두산 베어스 김재환, KIA 타이거즈 최형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LG 트윈스 김현수, NC 다이노스 양의지 등이다. 여기에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사실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지난해 기준이었다면 경쟁 자체가 치열해 고민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공인구 반발력 감소와 함께 홈런이 줄어든 올 시즌은 전혀 다른 고민이 생겼다. 누구에게 맡겨도 강한 확신을 가지기 힘든 상황이다. 19일 현재 홈런 20개를 넘긴 토종 타자는 박병호(23홈런)와 최 정(22홈런), 한화 이글스 이성열(21홈런) 셋 뿐이다.
지난해까지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감안하면 박병호와 김재환이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 김재환이 공인구 반발력 감소의 최대 피해자(14홈런)가 되면서 선택이 쉽지 않아졌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할 때 현재로선 박병호와 최지만의 양강 구도가 가장 유력한 그림이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여러가지 경우를 고려 중"이라며 "일단 선수 선발이 중요한 만큼 최종 엔트리까지 추린 뒤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28명은 10월 3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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