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화 이글스 구단은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청, 파문을 일으킨 외야수 이용규(34)에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5개월여가 흐른 뒤 9월 1일 징계는 풀렸다. 이용규는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이용규의 5개월 허송세월. 그 시간들과 함께 이글스도 나락을 경험했다. 양측 모두 상처만 안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구단과 선수간의 의무와 권리, 감정 공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울 듯 하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화의 2019시즌은 시작부터 꼬였다. 이후 하주석의 무릎십자인대부상, 부상 퍼레이드 등 갖은 악재가 겹쳐지며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한화는 시즌 막바지까지 롯데 자이언츠와 탈꼴찌 다툼을 해야할 처지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충돌한다. 이용규는 자신의 두번째 FA계약(2+1년, 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4억원 등 총 26억원) 과정에서 구단과 감정이 다소 상했다. 줄다리기 끝에 계약에 성공한 뒤 스프링캠프에서 타순 조정(테이블세터에서 9번), 수비 포지션 조정(중견수에서 좌익수) 가능성이 높아지자 발끈했다. 두 차례 면담을 통해 개막을 앞두고 전격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한화 구단은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시기와 진행방식이 팀 질서와 기강을 무너뜨리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중징계를 내렸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용규의 판단은 경솔하고 즉흥적이었다. 계약의 엄중함은 프로야구와 실생활이 큰 차이가 없다. FA계약 직후 트레이드 요청은 구단을 혼란에 빠뜨릴 수 밖에 없다. 이용규의 나이와 몸값을 감안하면 적절한 카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화는 리빌딩이라는 대의명분만 바라보며 지름길을 택한 느낌이다. 지난해 3위로 11년만에 가을야구를 밟으면서 자신감이 충만했고, 리빌딩을 위해 선수들의 분발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베테랑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용규 건은 기용 문제 하나라기보다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으로 봐야한다.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야 했던 한화도 서툴렀고, 수년간 대우받았던 한화의 베테랑들도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옛날 생각이 났다.
이용규는 1년간 야구를 하지 못했고, 연봉은 절반밖에 받지 못했다. 30대 중반의 베테랑임을 감안하면 1년 허송세월은 1년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경기감각 회복이 더딜 수도 있다. 야구라는 직업의 중요성을 더욱 느꼈을 것이다.
한화는 외야 계산이 허물어지며 모든 플랜이 수포로 돌아갔다. 올시즌은 암흑기 시절 경기력을 보는 듯하다. 아무리 좋은 장기비전도 결국은 선수가 움직여야 가능하다.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도 구단 운영의 일부다. 구성원의 마음을 품으려는 진심, 소통은 더 강한 카리스마를 만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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