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경기 전 이마가 찢어지고 나서 '오늘 한 골 넣겠구나' 생각했다."
15일 K리그2 29라운드 안산 원정에서 멀티골로 3대1 승리를 이끈 'FC안양 공격수' 조규성(21)이 이마를 붕대로 친친 감은 채 싱긋 웃었다.
이날 경기 직전 작은 사고(?)가 있었다. 1m88의 조규성이 몸을 풀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다 입구 낮은 문턱에 이마를 찧었다. "안산 서포터 꼬마가 울고 있길래 그쪽을 보며 걷다가… (유)종현이형이 '머리! 머리!'하는 순간 머리를 박았다. '괜찮아요'라며 갖다댄 손을 떼는데 피가 흐르더라"며 사고 정황을 털어놨다. 예기치 않게 '피를 본' 조규성에게 멀티골의 행운이 따랐다. "머리에 붕대 감으면서 '오늘 한골 넣겠구나'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날 안산-안양전은 소위 '승점 6점짜리' 더비로 회자됐다. 3위 안산(승점 42)과 4위 안양(승점 40)의 승점차는 1점. 이날 승패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 올시즌 2경기에서 2무,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자존심을 걸었다. 전반 30분까지는 안산의 두 줄 수비에 갇혔다. 그러나 전반 30분 코너킥 상황, 9월 김학범호 승선 후 한뼘 더 성장해 돌아온 '안양 대세' 조규성의 대활약이 시작됐다. 김상원의 크로스에 조규성이 높이 치솟았다. 볼의 방향을 돌려놓는 날선 고공 헤더가 골문 안으로 빨려들었다. 불과 4분 후인 전반 34분, 이번엔 조규성의 오른발이 빛났다. 김상원의 슈팅을 안산 골키퍼 황인재가 쳐내기가 무섭게 조규성이 쇄도하며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불과 4분만에 시즌 11-12호골이 작렬했다. 조규성은 헤딩 선제골 장면에 대해 "경기에 집중하느라 머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고 했다. "올시즌 첫 세트피스 골이었다. 값진 승리를 하게 돼 너무 기쁘다"는 벅찬 소감을 전했다.
안산 태생의 안양 유스, 안양공고-광주대 출신인 조규성은 대학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보직 변경했다. '신의 한수'였다. 프로 첫시즌인 올해 23경기에서 12골 3도움을 기록하며 '동급 최강 골잡이'로 급부상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준비중인 김학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9월 시리아전을 앞두고 김 감독의 부름을 받은 조규성은 연습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도 김 감독은 조규성의 멀티골 활약을 현장에서 직관했다. 부천-수원전을 보고, 곧바로 안산으로 이동해 '매의 눈'으로 선수들의 몸놀림을 살폈다. 조규성은 '김학범호 발탁 효과'를 긍정했다. "U-23 대표팀에 다녀온 후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왔다. 이전보다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며 눈을 빛냈다.
안양공고 선배인 김형열 안양 감독 역시 조규성에 대한 질문에 반색했다. "조규성은 올해 K리그2에 들어온 선수 중 단연 최고"라면서 "김학범 감독님의 올림픽대표팀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기발랄한 어린 공격수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어린 선수인 만큼 늘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있다. 갖고 있는 것을 발휘하려면 초심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스타병 걸리면 안된다' '건방져지면 안된다'는 말을 수시로 해준다. 그것만 경계하면 정말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구단 차원에서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조규성은 이날 11-12호골을 몰아치며 광주 펠리페(16골)에 이어 득점 공동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스물한 살, 1년차 프로선수 최고의 활약이다. 조규성은 골 욕심, 득점왕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최근 골을 많이 못 넣어서 좀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득점 순위표를 보니 따라갈 수 있을 것같다. 매경기 최대한 집중해서 한골 한골 따라가다보면 득점왕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같다."
패기만만한 스물한 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토종 골잡이' 조규성은 17일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K리그2 29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안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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